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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 유방암 검사, 미국은 50세·한국은 40세부터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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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 유방암 검사, 미국은 50세·한국은 40세부터라는데…

입력
2009.11.26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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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보건부 자문 기구인 예방의학특별위원회(USPSTF)가 최근 여성들의 유방암 검사법 지침을 내놓았다. 유방암 X선 촬영(맘모그램 검사)을 40세가 아닌 50세부터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검사 횟수도 연 1회가 아닌 2년에 1회로 줄이는 편이 낫다는 내용이다. 검사 실익보다 방사선 노출과 과잉 검진으로 인한 피해가 더 크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의료 업계는 이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어 과연 새 지침에 따라야 할지 여성들의 고민이 크다.

환경 요인이 가장 큰 발병 원인

건강보험공단에서 발표한 2007년 '암 환자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암 환자 49만3,500여 명 가운데 유방암 환자는 5만5,000명을 넘는다. 2000년과 비교해 연평균 18.3%씩 늘어난 수치다. 이제 유방암은 간암과 폐암을 제치고 한국의 6대 암이 됐다.

일반적으로 유방암 원인은 크게 환경 요인(60~85%)과 유전 요인(15~40%)으로 나눌 수 있다. 특히 음주, 고지방식과 유제품 섭취, 환경 오염 등 환경 요인의 영향이 크다. 또 유전적으로 유방암에 잘 걸리는 사람이 있다. 두 요인 이외에도 다양한 위험 인자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여성호르몬이다. 14세 이전의 초경, 50세 이후 폐경, 35세 이후 첫 출산, 모유 수유 실패, 여성호르몬 복용, 폐경 후 비만 등으로 여성호르몬 분비에 변화가 생기는 것이 원인이 된다.

유방암을 줄이려면 위험 인자에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빨라지는 초경과 늦어지는 폐경은 어쩔 수 없다 쳐도 만혼과 늦은 임신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 아이를 낳은 뒤에는 모유 수유를 하고 폐경 후 호르몬 대체 요법을 하는 여성은 검진을 정기적으로 받아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신선한 채소 위주의 식생활을 하고 운동 금연 금주 등 생활 환경도 개선해야 한다.

조기 발견 시 80% 정도 생존

유방암은 매년 1만명이 새로 생길 정도로 빈발하지만 다행히 생존율은 상당히 높다.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조기 발견된 유방암은 5년 이상 생존율이 76%에 달하며, 특히 1기의 경우 비율이 90%가 넘었다. 2, 3기로 진행돼도 다른 암보다 생존율이 월등히 높다. 발견만 하면 살 확률이 높기 때문에 대다수 여성들은 40대부터 정기 검진을 받고, 평소에도 자가 촉수 진단을 한다.

그런데 이번 미 USPSTF의 검진 지침은 전혀 다르다. USPSTF는 손으로 직접 하는 자가 촉수 검사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가르칠 필요가 없고, 50~74세 여성만 2년에 한 번씩 맘모그램 검사를 하되 40대 여성은 할 필요가 없다고 권고했다. 가족력이 없는 여성이 40대가 맘모그램 검사를 한다고 해서 생존율이 개선되지 않는 데다 검사에서 위음성(false negativeㆍ암이 아닌데 암처럼 나오는 것)으로 나와 조직 검사 등에 불필요한 비용을 지출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이유다. 실제로 USPSTF가 조사한 결과, 맘모그램 검사를 한 40대 여성 1,000명 중 암을 조기에 발견해 생명을 구한 경우는 단 1명에 불과하고 오진은 470명이나 됐다.

그러나 박병우 세브란스병원 외과 교수는 "한국의 유방암은 서구의 여러 나라와 임상적인 특징이 많이 달라 그들의 검진 모델을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은 유방암 평균 발병 연령이 60세 이상인데 비해 한국은 폐경 전 여성, 특히 40대 여성의 발생률이 높다(대한유방클리닉협회 조사). 또 새 지침에 따른다면 50세 이상부터 맘모그램 검사를 하게 되는데 이 경우 대부분 3기 이상인 상태에서 발견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최근 한국유방암학회는 한국 여성에게 적용할 수 있는 권장 지침을 발표했다. 30세 이후의 여성은 매월 자가 촉수 검사를 하고, 35세 이후에는 2년 간격으로 전문의 진찰을 받는 것이 좋으며, 40세 이후에는 1, 2년 간격으로 전문의 진찰과 함께 맘모그램 검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가 촉수 검사의 효율성이 의학적으로 근거가 없다는 데는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다. 하지만 매달 여성이 자신의 가슴에 관심을 가지고 변화를 관찰하는 행위는 유방암 조기 검진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행위로 나름의 의미가 있다.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다 보면 아무래도 조기 검진의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여전히 자가 촉수 검사가 유효하다는 주장도 있다. 한국 유방암 환자의 15~20% 정도가 3기에서 발견되는데 3기면 혹이 5㎝ 정도로 자라고 겨드랑이 림프절에 4개 이상 혹이 전이된 상태다. 이 정도면 자가 촉수 검사로도 충분히 만져지는 크기다. 이정언 삼성서울병원 유방암센터 교수는 "고교 때부터 양호교사가 유방암 자가 촉수 검사법을 교육시켜 몸에 익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가 검사로 70% 정도 발견

전체 유방암의 70% 정도는 환자 스스로가 발견한다. 20% 정도만 의사 진찰로 발견되는데 이 가운데 절반이 손으로 만져지지 않아 영상 진단으로 확인한다. 따라서 자가 촉수 검사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자가 촉수 검사 시기는 유방이 부드러워져 검사하기에 좋은 생리 시작 후 7~10일이 적당하다. 멍울이 생리 전에 생겼다가 생리 후 없어진다면 자연적인 종괴(腫塊)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다만 자가 촉수 검사를 맹신하는 것은 금물이다. 아무런 증세가 없어도 매년 혹은 2년에 한 번은 전문의 진찰을 받는 것이 좋다. 실제 유방암 초기에는 멍울이 있어도 구별이 힘들기 때문이다.

유방암 증상을 알아 두는 것도 조기 발견에 도움이 된다. 가장 흔한 유방암 증상은 유두에서 나오는 유방 분비물이다. 유두에서 분비물이 나와 병원을 찾으면 5~10%가 유방암으로 진단받는다. 특히 피가 섞인 분비물이 나오면 즉시 병원에 가야 한다. 유방의 피부, 유두와 유륜 등에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났을 때, 즉 피부 궤양이나 홍반, 부종, 함몰, 유두 변형, 습진성 변화 등이 생기면 반드시 전문가 진단을 받아야 한다.

유방통이 있어도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 유방암 검진을 받는 여성의 50% 이상이 유방통을 호소하는데 대부분은 정상 생리 현상의 일부이거나 양성 유방 질환 증상이지만 이 중 1~5%는 유방암이다. 드물지만 유방의 변화 없이 겨드랑이 림프절만 커지기도 한다. 이럴 때에는 검사 소견이 정상이어도 유방암일 수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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