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교동계와 상도동계가 26일 화합 만찬을 가졌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101일째인 이날 만찬을 주재함으로써 한국 현대사를 짊어져온 양김의 '역사적 화해'가 이뤄지게 됐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이날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진행된 만찬에서 "크나큰 정치가이자 우리 정치사회의 거목이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 진심으로 가슴이 아프다"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이어 "국장 기간 여러 수고를 많이 한 동지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하며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과거 민주화 투쟁을 회고, "모두가 숨죽이고 있던 그때 김대중 전 대통령과 나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비장한 각오로 무섭게 투쟁했다"며 "만약 김대중 전 대통령과 내가 협력해 투쟁하지 않았다면 이 나라는 지금도 아웅산 수지 여사가 고통받는 미얀마처럼 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영삼 전 대통령은 "이 나라 민주주의는 상당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아직 많은 문제가 남아 있다"며 "지역감정을 해소하고 국민통합을 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족측 대표로 나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 홍업씨는 "아버지의 유지를 받들어 국민통합과 남북화해를 이루는 데 함께 앞장서자"고 말했다.
만찬에는 지난 80년대 김대중ㆍ김영삼 두 전직 대통령이 함께 조직했던 민주화추진협의회 인사 90여명이 참석했다. 동교동계에서는 권노갑ㆍ한화갑ㆍ한광옥ㆍ김옥두ㆍ정균환 전 의원 등 60여명이, 상도동계에서는 김덕룡 대통령국민통합특보, 김무성 한나라당 의원, 박관용 전 국회의장, 최형우 전 내무장관, 김현철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부소장 등 30여명이 각각 참석했다.
김무성 의원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만찬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2시간 넘게 진행됐다. 이번 화합 만찬은 지난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직후 김영삼 전 대통령이 제안했다가 상중(喪中)임을 이유로 미뤄졌었다.
김 전 대통령은 만찬이 끝난 뒤 기자들을 만나 "상도동과 동교동이 만나 이렇게 흐뭇한 적은 없었을 것"이라며 "실질적으로 화합이 돼버렸다"고 소감을 밝혔다.
양정대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