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중국 액정화면(LCD) TV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10%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시장점유율은 20%대로 1년만에 2배이상 늘리며 급성장하고 있다.
반면 한국과 일본 업체들은 세계 시장 점유율이 날로 떨어지고 있어 위기감이 일고 있다. 이미 TV 업계에서는 한 일 양강 구도시대는 끝이 났다고 보고 있다. 이제 한 중 일 3강 구도의 새로운 'TV 삼국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세계 LCD TV 시장의 구도가 올해 3분기를 기점으로 새롭게 변하고 있다는 뜻이다.
세계 TV 시장 판도를 바꾼 중국 업체들
중국 LCD TV의 성장세가 무섭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 TV 업체들의 3분기 세계 LCD TV 시장 점유율은 21.4%로, 전년 동기 10.7%보다 2배 성장했다. 그동안 한국과 일본 업체 점유율은 계속 하락했다.
시장 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세계 LCD TV 시장에서 한국은 지난해 3분기 29.6%였던 점유율이 올해 3분기 29.2%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일본은 42.1%에서 34.3%로 곤두박질쳤다. 한국과 일본 업체들의 점유율을 고스란히 중국 업체들이 가져간 것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세계 LCD TV 시장이 한국, 일본 양대산맥에서 한 중 일 삼각 구도로 바뀌었다"며 "한국 업체들이 중국 시장을 토대로 세계 1, 2위로 올라선 만큼 풍부한 내수시장을 딛고 올라온 중국 업체들은 심각한 위협"이라고 말했다.
중국 업체들의 비약적 성장은 전적으로 중국 정부의 가전 하향 정책 덕분이다. 가전 하향이란 중국 정부가 도시와 농촌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농촌 지역에서 가전 제품을 구매하면 보조금을 주는 정책이다. 이를 위해 중국 정부는 참여 업체를 뽑았고, TV 분야에서도 저가 입찰을 한 중국 업체들이 대부분 선정됐다. LG전자도 선정됐지만 판매 가격이 너무 낮아 실제로 제품을 공급하지는 않았다.
가전 하향과 맞물려 중국 TV 시장은 급속도로 불어났다. 디스플레이서치는 세계 LCD TV 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3분기 13.8%에서 올해 3분기 21.8%로 대폭 증가한 것으로 조사했다. 중국 LCD TV 시장 확대는 고스란히 중국 업체들의 성장으로 이어졌다.
중국 상표의 도약도 눈에 띈다. 지난해 3분기 세계 9위였던 중국 TCL은 불과 1년 사이인 올해 3분기 세계 6위로 성큼 뛰어올랐다. 필립스, 파나소닉, 후나이 등 유럽과 일본의 TV 명가들이 TCL에 줄줄이 밀려났다.
우리 업체들, 내년이 더 문제
문제는 내년이다. 낮은 가격을 무기로 점유율을 올린 중국 업체들이 이제는 한국과 일본 업체들을 따라잡기 위해 40인치대 이상 고가 제품군으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도 여기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 중국 정부는 내년부터 가전 하향 정책의 가격 상한선을 없애고 고가 제품을 포함해 자국 TV 시장을 키우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이에 맞춰 중국 업체들도 내년 시장을 노리고 발광다이오드(LED) TV 등 고급 제품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내년에는 중국 업체들도 LED TV를 내놓고 고급화 전략을 추구할 것"이라며 "여기에 가격까지 내리면 힘든 싸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 봤다.
특히 내년 개최 예정인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대회는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의 LCD TV 수요를 늘리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문제는 개도국이 값 싼 저가 시장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우리 업체들이 내년에 세계 시장 점유율을 늘리거나 최소한 현상 유지를 하려면 저가 제품 위주의 개도국을 집중 공략해야 하는데, 가격 경쟁력에서 중국 업체들에 뒤쳐진다.
이에 따라 우리 업체들은 내년에 중국 업체들과 차별화 하기 위해 디자인과 기능을 강화한 고급화 전략을 추구한다. LG전자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과 가격 싸움을 벌이면 승산이 없다"며 "아직까지 중국 업체들이 따라오기 힘든 디자인과 기능 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LED TV의 디자인과 기능을 강화하고, LG전자도 '보더리스 'LED TV에 적용된 슬림화 기술인 압축 사출 기술을 다른 제품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일본 업체들도 입체 TV와 관련 콘텐츠 개발 등으로 중국 업체들과 차별화 한다는 전략이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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