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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성매매 "날 잡아봐" 법망 비웃는 독버섯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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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성매매 "날 잡아봐" 법망 비웃는 독버섯들

입력
2009.11.26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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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서울의 한 '키스방'에 경찰 단속팀이 들이닥쳐 젊은 여성 종업원 10여명과 업주 1명을 연행했다. 그러나 이들은 경찰서에서 3~4시간 조사를 받은 뒤 업주 1명 외에는 아무 일 없이 풀려났다. "손님들과 키스만 했다"는 이들의 주장에 대해 경찰도 딱히 처벌 근거를 찾지 못했기 때문.

경찰은 다만 성매매를 암시하는 내용의 전단지를 뿌린 혐의(청소년보호법 상'광고선전제한' 위반)로 업주만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키스방에 대한 주민들의 민원이 많아 단속에 나서기는 하지만, 종업원들이 유사 성행위를 했다고 자백하기 전에는 사실상 입건이 힘들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다양한 신ㆍ변종 성매매 업소가 등장하며 성매매 수법이 날로 진화하고 있지만, 이를 단속할 뚜렷한 법적 근거가 없어 경찰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우후죽순처럼 번지는 신종 성매매 업소는 일명 '키스방', '페티쉬방' '튜브방' 등의 이름을 내건 유사 성행위 업소들이다. 키스방의 경우 전국에 20여개 지점을 거느린 대형 체인점까지 생겨 성업 중이고, 여성 종업원에게 각종 유니폼을 입히는 형태의 이미지클럽이나 페티쉬방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유사 성행위는 입증이 매우 까다로워 단속이 쉽지 않다는 게 경찰관들의 하소연이다. 2006년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유사 성행위는 성행위와 유사할 정도의 성적 만족을 주는 신체접촉 행위로 단순한 키스나 스킨십은 포함되지 않는다.

경찰 관계자는 "단속 현장에서 휴지나 콘돔 등 증거물이 나와도 손님이 스스로 했다고 주장하면 입건하기 어렵다"며 "결국은 손님과 업주, 종업원 조사를 통해 자백을 받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 혜화경찰서가 지난 20일 종로구와 중구 2곳에서 페티쉬방을 차리고 유사 성행위를 제공한 혐의로 업주와 종업원 등 10명을 불구속 입건한 것도 여종업원의 자백 덕이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들 업주들은 단속에 걸려도 경찰에게 "터치만 했는데 어떻게 처벌할 거냐"며 되레 목소리를 높이기 일쑤다. 더구나 이들 업소가 업태를 감춘 채 인터넷 등을 통해 종업원 모집 광고를 하면서 젊은 여성들이 큰 거부감 없이 뛰어들었다가 실제 성매매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는 우려도 크다.

실제로 최근 경찰에 적발된 한 여대생은 "돈이 필요한 상황에서 '손님이 원하는 복장을 입고 간단한 대화만 나누면 고수익이 보장된다'는 인터넷 광고를 보고 큰 고민 없이 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인터넷 채팅사이트를 통한 성매매 알선은 아예 처벌 근거조차 없다. 청소년 성매매의 대부분이 인터넷을 통해 이뤄지고 있지만, 채팅이나 쪽지 등으로 오가는 성매매 알선은 여러 사람들에게 공개된 정보가 아니라는 이유로 정보통신망법 상의 음란물 배포행위로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성매매 피해여성을 돕는 단체인 다시함께센터는 2007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인터넷 감시단을 꾸려 채팅사이트에서 오가는 성매매 거래를 감시했지만, 경찰에 고발해도 뚜렷한 단속 결과가 나오지 않아 결국 감시단을 해체했다. 경찰 관계자는 "키스방 같은 신ㆍ변종 업소를 뿌리 뽑으려면 성매매 처벌 규정에 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경준기자

김혜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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