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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산 한국이 내 나라" 85세 日할머니 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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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산 한국이 내 나라" 85세 日할머니 귀화

입력
2009.11.24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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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과 결혼해 다섯 자녀를 낳으며 평생을 한국에서 살았던 80대 일본인 할머니가 마침내 법적으로도 완전한 한국인이 됐다.

24일 법무부에 따르면 일제시대 황해도에서 태어난 일본인 시라가미 시주코(85ㆍ한국 이름 백명숙)씨는 공주여자사범학교를 졸업하고 경기 수원시의 한 초등학교 교사로 부임했다. 시라가미씨는 같은 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던 9살 연상의 한국인 남성을 만나 사랑에 빠졌고, 8ㆍ15 해방 직후 백년가약을 맺었다.

그러나 남편은 이미 다른 여성과 결혼을 한 상태였다. 당시 한국 말과 한국 법에 서툴렀던 시라가미씨는 이런 사실을 잘 알지 못했고, 이후 3남 2녀를 낳아 계속 한국에서 생활하면서도 정작 혼인신고는 하지 못했다. 사실상 한국인이나 마찬가지였지만, 법률상 배우자 지위나 한국 국적은 얻지 못한 것이다.

75년 남편이 세상을 떠났지만, 국적 문제로 인해 시라가미씨는 재산 상속도 받지 못했다. 교사 자격증이 있는 만큼, 학원과 대학교 등에서 일본어 강사를 하면서 홀로 자녀들을 키웠다.

물론 외국인 신분이 한결 편리할 때도 있었다. 과거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못했던 시절 일본에 있는 가족들을 만나러 일본으로 출국할 경우 한결 수월했고, 행정당국이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편의를 봐줄 때도 간혹 있었다.

그러나 한국인인 아이들을 볼 때마다 자신은 일본인이라는 사실이 항상 마음에 걸렸다. 시라가미씨는 결국 자식들과 같은 나라 국적의 어머니가 되기로 결심, 지난달 정식 귀화를 신청했고 이날 법무부로부터 귀화 증서를 받았다.

시라가미씨는 "아이들의 어미로서 한국 국적을 얻어 여생을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이제서야 짐을 내려놓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막내아들 유모(50)씨도 "어렸을 땐 일본인 어머니가 부끄럽기도 했지만 철 들기 전의 일"이라며 "어머니가 우리 형제들과 같은 한국 국적을 얻으시니 기쁘기만 하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이날 시라가미씨를 비롯해 국내에서 대학교수와 한의사, 목사 등으로 활동하면서 정착에 성공한 일본과 러시아, 중국, 네팔 등 6개국 출신 26명의 귀화를 허가했다. 올해 10월까지 한국으로 귀화한 외국인은 2만1,691명으로 집계됐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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