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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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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묵상

입력
2009.11.24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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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수위 시절

밤중에 수녀관 담에서

나를 부르던 찬모 아줌마

그 뜨거운 옥수수빵 한 조각에

나는 이 세상 사랑을 배웠으니

일일이 열거해 무엇하리오

사랑의 원천은 그렇게 나를

부르는 소리 같은 것이라

여기는 나를 바보 같다고

못난이들이 히죽거릴 때에도

나는 그런 분들을

흉내내고자 하였습니다

● 어느 날, 만난 사람이 제게 "내일 새벽에 유성우가 떨어지니 꼭 보세요"라고 말했어요. 새벽 다섯 시에 사자자리를 바라보라는 문자 메시지도 왔어요. 알람을 맞춰놓고 잠들었어요. 새벽 다섯 시에 중요한 약속이라도 있는 사람처럼. 시험 치는 날 새벽처럼 거짓말처럼 다섯 시에 눈이 떠졌어요. 구름이 없는, 그믐의 맑은 밤이어서 별빛이 시릴 정도로 반짝였어요. 이미 유성을 본 것과 같은 그 마음을 아시려나. 그리고 유성이 휙 떨어졌어요. 이미 유성을 본 것 같은 마음이 화들짝 놀라더군요. 그건 무척 중요한 약속이었어요. 내가 지켜보지 않았다면 그 유성은 무척 실망했을 게 분명하니까. 바보 같은 소리라고 말하는 분이 계시다면, 이 시를 읽어 드리겠어요.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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