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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수영 "나는 이렇게 석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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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수영 "나는 이렇게 석방되었다"

입력
2009.11.24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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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수영(1921~1968ㆍ사진)이 한국전쟁 당시의 포로 체험을 쓴 미공개 산문 한 편이 24일 발굴됐다.

계간 '세계의 문학'은 27일 출간되는 겨울호에 김 시인의 산문 '나는 이렇게 석방되었다'를 사진과 함께 수록했다. 원고지 30매 분량의 이 글은 김 시인이 월간 '희망' 1953년 8월호에 발표한 것으로, 그동안 학계에 알려지지 않았다가 이 잡지를 소장하고 있던 서지연구가 문승묵씨의 제보로 공개됐다.

한국전쟁 발발 직후 의용군으로 끌려갔다 거제포로수용소에서 포로 생활을 하기도 했던 김 시인은 이 글에서 의용군에서 탈출했다가 붙잡혀 수용소에 들어간 이야기, 25개월 후 수용소에서 석방된 이야기를 자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글머리에서 그는 "모두가 생각하면 꿈같은 일이다. 잔등이와 젖가슴과 무르팍과 엉덩이의 네 곳에 P.W('PRISONER OF WAR', 포로라는 뜻)라는 여덟 개의 활자를 찍고 암흑의 비애를 먹으면서 살아온 것이 도무지 나라고는 실감이 들지 않는다"고 포로 생활을 돌이켰다.

이어 그는 의용군으로 "붙들리어" 간 1950년, 두 번의 탈출 시도 끝에 그 해 10월28일 서울로 돌아온 이야기를 썼다. "서울의 거리는 살벌하였다… 6ㆍ25 전의 서울, 그 호화로웠던 서울은 아니었으나 그래도 직장에서 피해 나오는 사무원 같은 선남선녀들의 몸맵시에는 내가 오래 굶주리고 있던 서울의 냄새가 담겨 있었다."

김 시인은 포로수용소에서 25개월 만에 석방된 과정을 적고 그 감격을 되새기는 말로 글을 맺었다. "너무 기뻐서 나는 집으로 돌아갈 생각도 잘 할 수 없었다. 길거리_오래간만에 보는 길거리에는 도처에 아이젠하워 장군의 환영 포스터가 부착되어 있었다. 나는 그의 빙그레 웃고 있는 얼굴을 십분이고 이십분이고 얼빠진 사람처럼 들여다보고 서 있었다."

지난 5월 출간된 <김수영 육필 시고 전집> 을 엮은 문학평론가 이영준씨는 이 산문에 대해 "한국전쟁 시기 김수영 시인의 행적에 관한 결정적 자료"라며 "'희망'에 실릴 때 '수기(手記)'라고 했지만 매우 복합적인 독서 행위를 요하는, 드러낸 것과 숨긴 것 사이의 낙차가 고도의 압력을 만들어내는 글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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