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연말에도 빨간 제복을 입은 '호두까기 인형'이 발레 무대를 점령한다. '호두까기 인형'은 '백조의 호수' '잠자는 숲 속의 미녀'와 더불어 차이코프스키의 3대 클래식 발레로 꼽히는 작품. 1892년 안무가 마리우스 프티파에 의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극장에서 초연됐을 땐 "발레를 후퇴시켰다"는 악평을 들었지만, 1934년 바실리 바이노넨의 재안무로 이 작품은 대중의 사랑을 받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연말 고정 레퍼토리로 자리잡은 이 작품을 국립발레단, 유니버설발레단, 서울발레시어터의 개성 있는 무대에서 만나보자.
세 발레단은 모두 프랑스 극작가 뒤마가 독일 작가 호프만의 동화 <호두까기 인형과 쥐의 왕> 을 각색한 <호두까기 인형> 을 바탕으로 무대를 꾸몄다. 초연 때 작곡된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을 사용하는 것도 동일하다. 호두까기> 호두까기>
2막으로 구성된 이 작품의 1막은 극적 전개에 주력한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호두까기 인형을 받은 클라라가 생쥐들과의 싸움에서 호두까기가 이기도록 도와준 덕에 사탕 왕국으로 초대받는다는 내용. 말미에 클라라와 호두까기가 설경을 통과하는 장면을 그리는 '눈송이의 왈츠'는 함박눈 내리는 무대와 어우러져 절경을 이룬다.
2막은 클라라가 사탕 왕국에서 호두까기였던 왕자와 파티를 벌이는 장면을 묘사하는데, 인도 중국 등 각국의 전통춤이 차례로 무대에 오른다. 클라라는 엔딩을 장식하는 '꽃의 왈츠'를 끝으로 잠에서 깨어나, 크리스마스 아침을 맞이한다.
현란한 몸짓 - 국립발레단
국립발레단은 현란한 동작이 돋보인다. 러시아 볼쇼이발레단 예술감독이었던 유리 그리가로비치의 버전을 재현한 것인데, 그는 마임 동작을 모두 춤으로 전환하고 기교를 섞어 춤의 난도를 높였다. 어린 무용수를 등장시켜온 이 작품에서 그들을 과감히 빼고 발레 미학을 강조하기도 했다.
'꽃의 왈츠'에 생동하는 남녀의 아슬아슬한 몸짓은 이 버전의 절정에 해당하며, 고난도의 리프트는 손에 땀을 쥐게 한다. 국립발레단은 그러나 지난해부터 국내 정서에 맞춰 아이들을 출연시키면서 원작의 감수성을 다소 반감시켰다.
박슬기, 김리회가 이동훈, 장운규와 각각 호흡을 맞추며 첫 주역 데뷔를 한다. 김지영, 김현웅 커플과 박세은, 이영철 커플이 가세해 총 9회 공연을 갖는다.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12월 18~24일. 1588-7890
풍성한 볼거리 - 유니버설발레단
유니버설발레단은 풍성한 볼거리를 자랑한다. 가령 트리가 천장을 뚫고 올라가거나, 눈의 나라를 묘사한 장면의 무대장치와 효과는 보는 즐거움을 극대화시킨다. 유니버설발레단은 바실리 바이노넨의 버전을 기초로 2막 과자의 나라 '마더 진저와 봉봉과자' 춤을 통해 다른 버전과 차별을 뒀다. 커다란 마더 진저의 치마 속에서 등장하는 어린이 10명의 앙증맞은 몸짓이 유쾌함을 더한다.
수석무용수 황혜민, 엄재용, 강예나를 내세운 가운데 ABT발레단 단원 서희 등을 기용해 총 19회 공연을 갖는다.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아트센터, 12월 22~31일(31일은 제야 특별공연). 1544-1555
한국춤 삽입 - 서울발레시어터
서울발레시어터는 2년 전부터 2막의 전통춤 장면에 한국춤을 삽입해 눈길을 끌었다. 마더 진저의 3m 높이 한복 치마폭에서 한복을 입은 아이들이 나와 우리 전통 춤을 추는 것.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에 맞춰 상모를 돌리는 모습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는 점이 신통하다.
대구 수성아트피아 대극장(11월 28, 29일), 과천 과천시민회관 대극장(12월 11, 12일), 용인 용인시여성회관(12월 18, 19일), 수원 경기도문화의전당 대극장(12월 24~26일), 서울 열린극장 창동(12월 30일~내년 1월 3일). (02)3442-2637
김혜경 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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