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택과 집중 '산탄데르'에 답 있다
스페인 산탄데르은행의 자산기준 글로벌 서열은 세계 8위. 하지만 1980년대 중반까지만해도 세계 152위, 스페인내 6위의 '중소형 은행'이었다. 무엇이 이런 도약을 가능케 했을까.
비결은 '잘 하는 쪽으로의 선택과 집중' 그리고 이를 토대로 한 전략적 해외진출이었다. 산탄데르은행은 먼저 문화와 언어가 같은 남미지역을 공략, 비교우위가 있는 소매금융 시장을 파고 들었다.
선진은행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투자은행(IB) 업무는 아예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그리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현지은행을 과감하게 M&A하며 덩치를 키워갔다.
산탄데르는 마침내 남미의 최대은행 중 하나이던 센트랄히스파노은행을 인수했고 이어 '선진시장'인 유럽내 은행들까지 집어삼키며 단숨에 글로벌 상업은행으로 도약, 전세계 금융가의 신성(新星)으로 떠올랐다.
산탄데르는 요즘 국내 은행권의 '교과서'로 통한다. 어떻게 덩치를 키워야 할지, 어떻게 해외진출을 해야 할지, 어떻게 수익구조를 키워 나가야 할지 고민하는 국내 시중은행들에게 산탄데르는 해답의 열쇠를 제공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나 유럽 선진은행의 전략을 그대로 본 따서는 결코 '아시아 리딩뱅크'가 될 수 없으며, 산탄데르처럼 우리에 현실에 맞는 대안모델을 찾아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어떤 롤모델이 있나
'금융 변방'이나 다름없던 스페인의 2류 은행이 20여년만에 유럽 1위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거의 기적으로 평가된다. 유로머니지는 산탄데르의 성공을 "현대금융사에서 가장 놀라운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산탄데르의 성공은 '전략'의 성공이었다. 산은경제연구소 서동우 연구원은 산탄데르의 성공 비결로 ▦강점인 소매금융 집중 ▦문화적 동질성이 강한 지역(남미) 집중 ▦전략적 M&A를 꼽으면서 "낙후된 금융환경 하에서 글로벌은행으로 성장했다는 점에서 국내은행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산탄데르는 이미 지난해 3월 금융위원회가 대통령업무보고에서 거론했을 정도다.
산탄데르의 성공을 국내은행에 '대입'해보면 전략의 윤곽을 그려볼 수 있다. 소매금융이든 기업금융이든 IB업무든 잘하는 쪽에 집중할 것, 해외진출은 우선 문화적 동질성이 강한 아시아 위주로 전개할 것, 현지금융기관들을 전략적으로 M&A할 것 등이다.
한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현재 국내은행들의 해외전략은 대체로 산탄데르를 모델로 삼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밖에 ▦아시아와 중동 등 금융인프라가 떨어지는 신흥개발도상국에서 M&A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며 세계적인 소매은행이 된 스탠다드차타드은행 ▦상품교차판매 강화로 금융위기에서도 건재를 과시한 미국 웰스파고은행도 국내은행들의 롤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은행의 대응은
하나은행은 지난해 스페인 산탄데르 은행과 업무제휴까지 맺은 상황. 하나금융그룹이 경기 고양시와 함께 추진 중인 대규모 금융복합단지 '하나드림타운'은 산탄데르 본사가 위치한 '산탄데르씨티'를 벤치마킹 한 것이다.
신한은행도 산탄데르 모델을 글로벌화의 주요 전략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백순 행장은 "산탄데르의 성장 과정을 보면 5년간 유럽에서 조그마한 M&A로 역량을 확보하고 이후 5년은 이를 기반으로 성장했다"며 "최소한 10년 이상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해외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현석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위기가 완전히 가시지 않은 만큼 국내은행들이 서둘러 글로벌전략을 펼 경우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며 "각 은행별로 현실에 맞는 발전모델을 적용해 해외진출이나 M&A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 전문가 제언/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국내은행들이 검토하고 있는 롤 모델 은행들의 전략을 살펴보면 '잘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되 단계적으로 추진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장 금융 선진국인 유럽과 미국 진출을 서두르기 보다 우리와 인접한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에서 먼저 기반을 닦은 후 장기적으로 선진 금융시장에 진출해야 한다.
다만 영업확대를 위해 해외에서 M&A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산탄데르 은행이 그랬던 것처럼 누구보다도 신속하게 결정할 수 있어야 성공 확률이 높다. 또 국내은행들이 신흥시장에만 집착할 경우 과당 경쟁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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