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카터의 길(부드러움)'을 유지할 것인가, '부시의 길(힘)'로 돌아설 것인가.
24일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부드러움을 강조한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외교 방식을 예고했던 오바마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을 마친 후 무뚝뚝하고 힘에 의존했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방식으로 돌아서는 것 같다"고 인터넷 판에서 보도했다.
슈피겔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에 앞서 세계를 향해 "오만을 버리고 존중의 자세로 다가갈 것"임을 선언했다. 하지만 오바마의 이번 아시아 순방은 이 같은 '새 대외 정책'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줬다. 말 그대로 오바마는'존중의 자세'를 유지한 채 상대국에 접근했으나, 이렇다 할 양보를 얻어낸 것이 없었다는 얘기다.
슈피겔은 "오바마 대통령은 인도양에서 다국적군 급유지원을 중단하려는 일본을 설득하지 못했고, 중국과의 대화에서도 온실가스 감축이나 무역 현안 등 어느 것 하나 중요한 결론을 이끌어내지 못했다"며 "심지어 오랜 친구인 이스라엘도 정착촌 건설과 관련한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을 정도"라고 분석의 근거를 제시했다. 슈피겔은 이란 핵 제재 및 러시아와의 핵무기 감축 협상에서도 오바마가 천명했던 '부드러운 외교'방식이 효과를 보긴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카터의 방식'으로 재미를 보지 못한 오바마 대통령이 부시 전 대통령의 '힘의 외교'로 선회하는 분위기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방한 중 "시간이 다 돼가고 있다(Time is running out)"는 말을 했는데, 이는 부시 전 대통령이 이라크를 공습하기 직전에 한 말로 오바마의'변신'을 눈치챌 수 있는 발언이라는 게 슈피겔의 해석이다. 아시아 순방을 수행했던 미 국가안보회의 관계자도 슈피겔에 "우리는 출구전략을 찾고 있다"고 말해 오바마 정부가 이미 '외교적 초심'을 포기하려 함을 시사했다.
이 와중에도 오바마 대통령이 여전히 '카터의 길'에 머물고 있어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는 비판은 많다. 공화당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은 "카터 전 대통령은 부드러움으로 승부했지만 그럴수록 세계는 더욱 거칠게 나왔다"고 슈피겔에 밝혔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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