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아이폰은 산업에 혁신을 몰고 오는 '융합(convergence)'의 대표작품이다.
아이폰으로 대표되는 스마트폰은 휴대폰과 개인휴대단말기(PDA)가 한몸으로 합쳐진 차세대 휴대폰. 아이폰은 앱스토어를 통해 온라인으로 콘텐츠를 사고파는 서비스 시장까지 새로 창출했다.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는 23일 '비빔밥'을 융합의 대표작품으로 꼽았다. 핑크는 "비빔밥 사고를 해라"라며 "비빔밥은 재료를 하나하나 개별적으로 내놓아도 맛있지만, 따로 내놓을 때보다 섞어서 내놓을 때 훨씬 훌륭한 맛이 난다"고 강조했다.
휴대폰과 PDA가 하나가 되고, 네비게이션에 DMB가 합쳐지는 등 서로 다른 분야의 기술, 제품, 서비스가 결합하는 '융합'이 산업계에 확산되고 있다.
컨설팅업체 딜로이트에 따르면, 융합산업은 지난해 8조6,000억달러에서 2013년 20조달러, 2018년 61조달러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23일 지식경제부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한 '융ㆍ복합 국제컨퍼런스'에서 우리 융합산업의 현주소를 점검했다.
IT기술과 융합으로 새로운 시장 열어
최근 창업붐이 일었던 '스크린골프'(골프시뮬레이터)는 우리 융합산업의 효자종목이다. 귀족스포츠 골프가 컴퓨터그래픽, 게임소프트웨어 등의 IT기술과 나노기술(사물인지센서), 행동인지공학기술 등을 만나면서, 골프의 대중화 및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경우다.
스크린골프는 우리 업체들이 세계 시장의 90%를 선점하고 있는데, 지난해 1억달러 시장을 형성하며 1년새 2.2배나 급성장했다. 기술의 융합은 발상의 전환, 새로운 문화의 창출로 이어졌다.
골프가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 교외로 나아야만 즐길 수 있는 스포츠에서 누구나 언제든지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로 바뀌었다.
스크린골프는 진화 중이다. 스크린골프에 네트워크기술이 보태지면서 가상공간에서 골프대회가 열리고 인터넷을 통해 스윙자세 교정 강습도 이뤄지고 있다.
골프존은 스크린골프와 관광이 융합된 '시티골프'를 고안해, 서울 광화문광장 등 도심 속에서 가상 라운딩 경험을 하는 스크린골프도 선보였다.
의료서비스와 IT의 융합으로 유비쿼터스 헬스케어도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아이팟은 유비쿼터스 헬스케어에도 중요한 파트너. GE헬스코리아가 이날 소개한 휴대용 영상진단 서비스는 아이팟을 활용한다.
의료진들이 아이팟과 같은 휴대용 단말기를 이용해 환자의 검사기록을 보고 진단할 수 있도록 한 상품으로 2년 안에 출시될 예정이다.
자동차, 선박 등 굴뚝업종도 '융합'을 통해 신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현순 현대ㆍ기아차연구개발 총괄담당 부회장은 "퓨처카는 자동차업체에 의해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며 "최근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보를 위해 한전과, 무선인터넷서비스를 위한 KT와의 협력은 이 같은 취지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안전성 향상을 위한 센서 개발을 위해 전기전자업계와, 친환경차 개발을 위해서는 화학 및 에너지 업계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개발을 위해서는 IT와 협업 및 융합을 할 수밖에 없는 시대가 됐다는 것이다.
조선업의 블루오션으로 꼽히는 크루즈도 대표적인 해상 융합산업이다. '바다에 떠있는 도시'에 비유되는 크루즈 건조는 조선 및 해상운송과 최고급 호텔 및 관광서비스가 한데 구현되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아직 국내에선 크루즈선을 건조한 경험은 없지만, 특히 아시아의 크루즈 산업은 미개척 상태여서 더 많은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비빔밥 정신을 살리고 관료주의는 버려라
핑크 박사는 이번 컨퍼런스에서 융합산업 시대에 필요한 핵심 역량으로 디자인과 조화(심포니)를 강조했다.
존 스트라스너 포스텍 교수(전 모토로라 부사장)는 영역별 '칸막이' 문화가 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스트라스너 교수는 컴퓨터공학 전문가들과 인터페이스전문가 및 디자이너들을 예로 들며 "한국사람들은 전문이 아닌 분야에서 일하는 것을 두려워하는데, 융복합 산업이 발전하려면 서로 다른 전문가들이 공존하는 상황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행정적으로 불필요한 업무단계들이 혁신을 방해한다"며 융합산업 발전의 걸림돌로 관료주의를 지적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사진=김주영기자 wi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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