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19년 차 가수 신승훈이 두 번째 미니앨범 '러브 어 클락(Love O'Clock)'을 들고 1년 만에 돌아왔다. 그는 지난 1년을 영화 '올드 보이' 주인공의 삶에 비유할 만큼 작업실과 집에만 틀어 박혀 있었다고 했다.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나 자연인이자 가수로서 신승훈이 어떻게 살고 있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솔직한 대화를 나누었다.
그는 타이틀 곡 '사랑치' 등 이번 앨범의 5곡을 모두 작곡했지만 작사는 하지 않았다. 싱어송 라이터로서 숱한 곡을 작사, 작곡한 그였기에 다소 의외였다. "가사를 어떻게 써야 팬들이 좋아하는지 알기 때문에 제 감정과 상관없이 이론이나 장치에 맞춰 가사를 만들어온 것 같아요. 속물이 된 듯한 느낌이랄까. 그래서 음악적 색깔이 맞는 심현보와 양재선에게 작사를 맡겼죠."
의문 또 하나. '발라드 황제''국민 가수' 신승훈이라면 싱글과 미니앨범보다는 정규앨범을 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는데 그는 그것을 어떻게 생각할까. "내후년 나올 11집 정규앨범에서 승부를 내기 위해 다양한 음악적 실험을 하고 있으니 정식 평가는 그때 가서 해주십시오."
가수 생활 19년의 소감은 어떨까. 잘 버텨온 것 같다고 했다. "'가수 신승훈'때문에 '인간 신승훈'이 못한 게 많아요. 늘 절제했고, 사랑과 행복을 많이 누리지 못한 것 같거든요. 혹시 가수로서 잘못됐으면 인간 신승훈이 '너 그럴 거였으면 왜 날 이렇게 괴롭혔어'라고 하지 않겠어요?"(웃음)
그는 애주가로 유명하지만 마냥 폭음하는 것은 아니다. 폭탄주도 안 먹는다. 가까운 지인과의 술자리에서 실수한 적도 없다. 아버지 때문이다. "성년의 날 아버지가 소주를 주셨는데 그것 마시고 정신이 없었어요. 그랬더니 아버지가 뺨을 때리면서 정신 차리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영향인지 적어도 술 먹고는 흐트러지지 않으려고 합니다."
신승훈은 가족 이야기를 많이 했다. '가수의 피'도 집안 내력이다. 어머니는 사내 노래자랑에서 1등을 했고 아버지는 그런 어머니의 마음을 노래로 사로 잡았다. 동생들도 노래자랑 대상 출신이다. 하지만 아버지는 노래를 그렇게 잘하면서도 아들이 가수 되는 것은 반대했다. "'대전 촌놈이 서울 가서 박남정, 김완선을 이길 수 있겠냐. 네가 잘못되면 회초리 들고 고칠 수 있는데, 네 희망이 꺾이면 회초리로도 안 되는 것 아니냐'고 하셨어요."
'미소 속에 비친 그대' '보이지 않는 사랑' '그 후로 오랫동안' 등 앨범 총판매가 1,500만장에 이르지만 그래도 앨범에 대한 부담은 만만치 않다. 신승훈은 "3집까지 잘 되면 4집이 망한다는 가요계의 속설이 있어 4집 작업하며 '난 끝났다'고 생각했다"며 "이제는 올라가려고 발버둥치기보다 아름답게 내려오고 싶다"고 웃었다.
"여든이 돼도 목소리가 나온다면 무대에 서고 싶다"는 신승훈. 그는 10집까지 낸 19년 세월을 인생의 '한 줄기'라고 했다. "앞으로 30년을 더 노래할 텐데 사람들은 자꾸 '신승훈은 왜 색깔이 바뀌지 않냐'고들 해요. 지금이 다른 색깔의 음악을 하기 위한 '터닝 포인트'인데 말이죠."
그래서 30, 40대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호프집에서 부를 수 있는, 젊은이의 사랑보다 더 큰 사랑을 노래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12월 18~20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 콘서트도 앞두고 있다. "히트곡을 나열하는 게 아니라 감정 선을 연결해 스토리가 있는 뮤지컬 형태로 꾸미고 싶어요. '공연 속의 또 다른 공연' 기대해 주세요." (02)3445-1647
김종한 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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