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수와 전ㆍ현직 고교 교사, 사업가 등이 은퇴 후 귀농을 앞두고 직접 유기농업단지와 농업회사를 세워 연간 억대의 매출액을 올려 주목을 받고 있다.
주인공은 조선대 외국어학부 박길장(63) 교수와 전남 함평군 나산중고 문대현(63) 전 교장, 광주 송원고 변재철(54) 교사, 광주 송정초교 이문식(56) 교감, 사업가 이시현(57)씨 등 5명.
이들은 2003년 전남 나주시 다시면 문동리에 농업회사법인 ㈜지엘을 설립했다. 3년 전부터 "유기농을 해보겠다"며 농장부지를 물색하는 등 회사설립을 준비 중이던 이씨에게 같은 천주교 신자로 인연을 맺은 박 교수 등이 힘을 보태줬다.
은퇴 후엔 시골에 가서 농사를 짓겠다고 결심했던 박 교수 등이 수 천만 원씩을 출자해 주주로 참여한 것이다. 이씨를 대표로 앉힌 박 교수 등은 주말마다 광주에서 나주 농장까지 내려가 일손을 거들고 있다.
이들이 농장에서 실천하는 농법은 축산과 원예를 연계한 친환경 자원순환 유기농법. 축산 분뇨를 퇴비로 만들어 방울토마토 재배에 활용하고, 방울토마토 재배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다시 축산 사료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과연 이렇게 해서 돈벌이가 될까' 싶었지만 이들은 개의치 않았다. 소득보다는 자연생태환경 보전과 안전한 먹을 거리 생산, 지역농업 발전에 봉사하면서 행복한 노후를 설계한다는 뚜렷한 신념과 철학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곧바로 고품질 유기질 퇴비 확보를 위해 한우 100마리와 돼지 1,200마리를 사들였고 항생제를 전혀 쓰지 않고 사육했다. 대신 숯가루와 죽초액(대나무 추출액), 죽염 등을 조사료(粗飼料)와 혼합해 먹였다. 자원순환농업을 실천하는데 필요한 기반을 닦아놓은 것이다.
또 방울토마토를 키우는 하우스 토양에는 미생물제제와 상품성이 떨어지는 방울토마토, 흑설탕 등을 혼합해 만든 액비를 물에 희석해 뿌렸다. 병해충은 천적 곤충을 이용하거나 당귀와 계피 등을 막걸리에 섞은 뒤 숙성시켜 만든 '한방영양제'를 살포해 막았다.
유기농 초기엔 방울토마토 수확량이 떨어지는 쓴맛을 보기도 했지만 자원순환 유기농법은 이내 효과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실제 이 농장에서 생산된 방울토마토는 평균 당도가 8~12브릭스로 거의 감귤과 맞먹는다.
이 같은 고품질 유기농 방울토마토는 매출 증대로 이어졌다. 소비자들 사이에 "방울토마토 맛이 감귤 뺨친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1.7㏊의 방울토마토 밭에서만 연간 3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또 한우와 양돈사업으로도 연간 2억 원씩 벌어들이고 있다.
덕분에 이들은 친환경 농업과정에서도 단 한번의 정부 보조지원도 없이 노력과 수익의 재투자로 재배시설과 육묘장, 축사, 퇴비사 등 모두 2만5,000여㎡를 조성하는 등 견실한 법인으로 성장했다.
이시현 ㈜지엘 대표는 23일 "순환형 농업의 성과를 바탕으로 앞으로 지역에도 봉사하고 이바지하는 농업법인으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나주=안경호 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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