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그룹이 23일 대우건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곳은 중동계 펀드인 자베즈파트너스와 미국계 펀드 TR아메리카컨소시엄. 어떤 경우든 대우건설은 결국 외국계 펀드로 넘어가게 됐다.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위기 탈출을, 대우건설은 새 주인을 찾아 다시 재도약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
하지만 우선협상대상자의 실체와 대우건설 인수 의지에 대해 일각에선 의문을 제기하고 있어 매각 성사까지는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아울러 외국자본의 '먹튀'선례가 워낙 많아, 이에 대한 우려도 높은 실정이다.
금호, 유동성 위기 벗나
일단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그간 회사경영을 옥죄어 왔던 유동성 문제에서 털어버릴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우선협상대상자들과 오가고 있는 대우건설 매각가격은 주당 2만원 안팎. 금호가 대우건설지분 '50%+1주'를 판다면 매각대금으로 받는 돈은 3조원 가량이다.
여기에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서울고속버스터미널과 금호터미널 금호생명 등 매각을 통해 마련한 1조원 이상을 보태면 다음달 15일 돌아오는 4조원 가량의 대우건설 풋백옵션 문제를 어렵잖게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금호아시아나측은 이례적으로 우선협상대상자를 복수로 선정, 가격협상력을 높이고 혹시 있을 지 모를 유찰에 대비한 장치도 확보했다.
내달 15일 예정인 채권단의 대우건설 풋백옵션 행사시기 등을 감안할 때 우선협상대상자를 한곳만 선정할 경우 시간에 쫓겨 가격협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고 또 유찰시 인수작업을 처음부터 다시 추진해야 하는 일정이나 가격적인 부분에서 부담이 있을 수 있다는 점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됐을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의 앞날은
국내 대형 건설사로는 최초로 외국계 자본을 주인으로 맞게 된 대우건설에겐 해외펀드매각이 시너지가 될 수도 있지만, '먹튀'논란에도 휩싸일 소지가 있다.
아부다비투자공사(ADIC)와 컨소시엄을 구성한 자베즈파트너스에 인수될 경우, 인수자가 대우건설을 중동지역의 원자력 발전소 건설 등에 활용하겠다고 밝힌 만큼 향후 중동에서의 시장 개척에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미국의 티시맨건설과 중동 국부펀드와 함께 참여한 TR아메리카 컨소시엄은 북미는 물론 중동과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인수 전략을 앞세운 만큼, 중동과 아시아 시장에서의 경험이 많은 대우건설로서도 수주에 힘을 실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하지만 대우건설 노동조합은 해외자본 매각에 대해 '인수주체의 실체가 명확치 않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용규 대우건설 노조 대외협력부장은 "중동 국부펀드인 아부다비투자청(ADIA)과 아부다비투자공사(ADIC)에 노조가 투자의향을 질의했지만 두 곳 모두에서 대우건설 입찰과 관련, '관심 없다' 또는 '관련 없다'는 회신을 받았다"며 "이는 대우건설 인수 실체가 애매모호하다는 점을 여실히 드러내는 대목"이라고 주장했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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