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률(56) 전 국세청장의 '그림 로비'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전군표(55ㆍ수감 중) 전 국세청장 부부를 최근 소환 조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 동안 지지부진했던 수사가 드디어 본격화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 전 청장은 현 정부 출범을 앞두고 유임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도 받고 있어, 수사진척 상황에 따라 현 정권 실세가 연루된 '게이트'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23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권오성)는 지난달 말 의정부교도소에 수감 중인 전 전 청장과 부인 이모씨를 불러 2007년 초 당시 차장이었던 한 전 청장으로부터 인사청탁과 함께 고 최욱경 화백의 그림 '학동마을'을 받았는지를 집중 조사했다. 검찰 관계자는 "한 전 청장에 대한 조사만 남았다"고 밝혀 주변 조사는 대부분 마쳤음을 내비쳤다.
수사 진전의 관건은 사건의 당사자인 한 전 청장에 대한 직접 조사가 가능할지 여부다. 올해 1월 의혹이 불거지자 그는 사임한 뒤 지난 3월 돌연 미국으로 출국했다.
검찰은 변호인을 통해 조사 방법을 조율 중이나, 한 전 청장은 귀국 의사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6월 민주당의 정식 고발과 관련해서도 검찰은 "해외 체류 중인 피고발인을 범죄인 인도청구 등의 방법으로 강제 조사할 방법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이 일단 전 전 청장 조사로 '칼'을 뽑아 든 이상 한 전 청장 조사는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검찰이 현재 '미술품 강매' 혐의로 구속된 국세청 안원구 국장 등에게서 확보한 한 전 청장의 비리 혐의를 협상 카드로 삼아 그의 조기 귀국을 종용할 가능성도 있다.
한 전 청장이 조기 귀국해 조사가 진행될 경우 수사는 정권 실세에 대한 로비 의혹으로 확대될 수 있다. 한 전 청장은 지난해 성탄절 때 경주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포항지역 기업인들과 골프 회동을 갖고, 대구로 이동해 이 대통령의 친인척 등과 저녁을 먹으며 연초 개각을 앞두고 국세청장 유임을 청탁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올해 초 그림로비 파문이 불거지지 않았다면 한 전 청장 유임은 거의 확실시되는 분위기였다.
이와 관련, 안원구 국장의 부인인 가인갤러리 대표 홍혜경씨는 "(대선 직후인) 2007년 말 한 전 청장이 남편을 불러 '내가 유임을 하려면 정권 실세 쪽에 10억원을 전달해야 하는데 7억원은 내가 만들 테니 3억원을 만들어달라. 그러면 국세청 차장을 시켜주겠다'고 제안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홍씨는 또 "학동마을 파문 당시 남편이 현 정부 실세의 측근들한테서 상당히 많은 문의전화를 받기도 했다"고 말하는 등 한 전 청장과 정권 실세의 유착 가능성을 제기했다. 가인갤러리는 전 전 청장의 부인 이씨가 학동마을 판매를 의뢰한 곳이기도 하다.
물론 홍씨 주장이 어디까지 사실인지는 알 수 없다. 검찰 관계자도 "남편이 구속된 상황에서 폭로하는 '벼랑 끝 전술'일 수 있다"며 신빙성을 두고 있지 않음을 내비쳤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안 국장이 현 정권의 약점을 10가지 이상 잡고 있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홍씨도 "남편이 법정에서 모든 것을 밝힐 것"이라며 폭탄발언을 예고하고 있어 사태의 추이에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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