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한낮 구름의 얼굴
하늘 푸른 거울에서 하야말간 낯을 지우며
햇빛은 우리 사랑의 물기를 고양이처럼 핥는다
길 떠난 사랑 또한 오지 않고
먹을거리 가게의 처마 끝엔
웬일인지 여름 고드름이 무장 열리고
오지 않는 뜨거운 사랑을 견디며
고드름을 서서 따먹는다
꼬드득, 씹는 혀끝으로 내 사랑 부르리라
사랑은 지루하게 더디고
구불구불한 날들의 끝처럼
텅 마른 그대 날 저물 듯이 오리라
그대, 구름 같은 그대
하늘 푸른 거울에 낯 붉히며 비치는 구름이여
저녁노을, 낮은 한숨으로 피었다
지는 그대
● 새벽에 길을 걷는데 갑자기 주변이 어떤 소리로 가득해졌어요. 환청 같은 소리들. 작은 알갱이들이 일제히 떨어지는 소리들. 살펴보니 그건 일기예보에서 들은 대로 말하자면, '첫눈다운 첫눈'이 아스팔트로 떨어지는 소리였어요. 영상 15도일 때, 소리는 시속 1,200㎞의 속도로 날아간다더군요. '첫눈다운 첫눈'이 떨어지는 소리는 내 곁에 있다고 치고, 그럼 지난 여름에 들었던 빗소리는 지금쯤 어디까지 날아갔을까요? 달까지? 혹은 화성 정도? 그렇다면 그 시절, 우리의 웃음소리들은 또 어디까지 날아갔을까요? 그 한숨소리는 또 어디까지?
소설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