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현대경제연구원과 함께하는 경제기사 따라잡기] 행복 GDP가 뭔가요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현대경제연구원과 함께하는 경제기사 따라잡기] 행복 GDP가 뭔가요

입력
2009.11.22 23:37
0 0

Q. 행복 GDP가 뭔가요

지난달 말 부산에서 열린 '제3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포럼'에서는 전세계 100여개국여 개 모인 사람들이 '행복 GDP'에 대한 열띤 논의를 벌였습니다. 우리가 흔히 경제성장의 척도로 삼는 국내총생산(GDP)에는 빠져있는 '삶의 질'을 경제지표에 반영할 방법은 없을까 하는 고민 때문이었는데요. 과연 행복을 측정할 경제지표는 없는 걸까요? 오늘은 행복 GDP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A. 소득은 증가하는데 우리는 왜 행복하지 못할까요.

'지금 당신은 행복한가요'라는 질문에 선뜻 대답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왜일까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습니다만, 우선 행복의 정의를 잘 모르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그 동안 우리는 소득 수준이 향상되면 생활수준이 높아지고, 건강하게 오래 살면 그것이 곧 행복이라 여겼습니다. 그래서 소득 수준을 높이는 것이 인생의 유일한 목적이 되어 버렸죠.

자연히 개인의 행복을 측정하는 잣대도, 국가나 민족의 행복을 측정하는 잣대도, 화폐로 환산된 소득이 기준이 되어 버린 겁니다. 그 대표적인 지표가 바로 국내총생산(GDPㆍGross Domestic Production)이나 1인당 국민총소득(GNI)입니다.

한국의 GDP(명목 기준)는 1970년(2조8,000억원)부터 지난해(1,023조9,000억원)까지 약 370배나 늘었습니다. 1인당 GNI는 9만원에서 2,120만원으로 역시 233배나 늘었구요. 그럼 한국인은 그만큼 행복해졌을까요?

영국의 신경제재단(NEFㆍNew Economics Foundation)이라는 기관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생활만족도 지수(최고 10)는 1970년 4.6에서 2005년 6.0로 고작 30%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래도 오른 게 어디냐구요? 이 수준은 멕시코(7.3)보다 훨씬 낮을 뿐 아니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25개 가운데 최하위 수준입니다.

왜 우리보다 못사는 멕시코의 생활 만족도가 우리보다 높은 것일까요? 행복을 측정하는 방법에 뭔가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요?

행복 GDP란 무엇인가요?

멕시코와 한국, 어느 쪽의 생활만족도가 더 높든, 우리는 여기서 GDP나 1인당 GNI가 행복의 순위와는 무관함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나오는 것이 '행복 GDP'입니다. 단지 경제규모뿐 아니라 국민들이 느끼는 여러 행복의 요소들까지 감안한 새 경제지표를 따져보자는 것이죠.

이미 이 문제에 대해서는 세계적으로 오랫동안 논의가 이뤄져 왔습니다. 우선 개인의 행복에 대한 연구는 영국의 심리학자인 로스웰(Rothwell)과 인생상담사 코언(Cohen)이 2002년 발표한 행복공식이 있습니다. 이들은 ▦개인적인 특성에 관한 지표 ▦건강과 돈 그리고 인간 관계를 포함한 생존의 조건에 관한 지표 ▦야망과 자존심 그리고 기대와 유머 등과 같은 고차원적 상태에 관한 지표와 같은 것들이 인간의 행복을 결정짓는다고 했습니다.

한 나라의 사회 또는 경제와 행복에 관한 논의도 역사가 깁니다. 1972년 지그메 싱예 왕추크 부탄 국왕이 '좋은 발전은 사회에 행복과 웰빙을 가져다 주는 것'이라 정의하고, 행복을 발전의 척도로 하는 '국민총행복(GHNㆍGross National Happiness)'이란 개념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NEF(풀어읽는 키워드 참조)는 각국의 기대수명, 생활 만족도, 생태발자국(풀어읽는 키워드 참조) 등 3가지 부분 지표로 이루어진 행복지수(HPIㆍHappy Planet Index)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최근에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셉 스티글리츠(Joseph Stiglitz)와 아마르티아 센(Amartya Sen)이 중심이 된 '경제적 성과와 사회 진보 측정을 위한 위원회'(the Commission on the Measurement of Economic Performance and Social Progressㆍ일명 스티글리츠 위원회)의 연구까지 여러 방면에서 행복의 측정에 관한 조사연구가 진행되고 있답니다.

행복 GDP는 어떻게 측정하나요?

하지만 행복 GDP에 대한 명확한 정의나 측정방법에 대해서는 아직도 세계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한 상태입니다. 여전히 진행중인 과제인 셈이죠.

해답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최근 발표된 스티글리츠 위원회의 연구 보고서를 살펴볼까요? 보고서의 결론에는 지금까지 행복, 삶의 질 등을 GDP라는 정량적인 척도로 파악해 온 것에 대한 보완적인 조치들이 충분히 녹아 있습니다.

보고서는 우선 행복 GDP는 다차원 척도로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즉, 소득이나 소비 같은 물질적 표준은 물론, ▦건강 교육 등 개인적 활동 ▦정치적 발언력과 통치 ▦사회적 연계와 관계 ▦환경 등이 복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보고서는 또 행복 GDP 추정을 위한 선결 과제도 제시했습니다. 우선, 경제적 활동의 질적인 측면도 반영돼야 합니다. 가사나 육아 같이 지금은 GDP에 반영되지 않는 노동효과도 포함돼야 한다는 얘기죠.

다음으로는 기존의 GDP가 생산을 중시하고 있는데 반해, 인간의 행복을 보다 중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개개인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 가처분소득이나 의료, 교육과 같은 사회서비스의 수준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죠.

또 분배에 대한 평가기준도 마련돼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전체 소득은 증가하는데 소득 불균형은 더욱 심화될 경우, 일부 계층의 후생 수준은 오히려 악화될 수 있으니까요.

마지막으로는 환경을 포함한 지속가능성에 대한 가치가 현재보다는 더 높게 반영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생산을 중시하는 GDP는 태생적으로 자원을 소모할수록 높아지는 모순을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자원이 후대에도 영속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지속가능성과 인위적인 활동에 의해 발생하는 환경문제를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행복 GDP를 높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하지만 무엇보다 근본적인 방법은 인간과 지구에 대한 사랑과 배려가 아닐까 여겨집니다. 일상생활에서 지속적인 행복감을 느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남이 못 되는 걸 보고 잠시 행복해 할 수도 있습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이 있는데 과연 그 반대면 행복하고, 옆집에 쓰레기가 쌓여 가면 우리는 정말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진정으로 행복 GDP를 높여 개인의 행복감을 최대화시키기 위해서는 우리가 이제껏 눈여겨보지 않았던 이웃, 환경, 지구와 같은 대상들에 대한 배려와 사랑이 필요할 것입니다.

■ 풀어읽는 키워드

●NEF란

'The New Economics Foundation'의 약자입니다. 1986년에 설립된 자선단체로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경제, 환경, 사회 이슈 등에 대한 혁신적인 해결책을 제시해 왔습니다. 특히, 이 재단은 인간의 행복과 지구의 지속가능성에 최우선적인 관심이 있으며, HPI는 이 재단이 발표하는 행복 GDP에 근접한 개념의 지수입니다.

생태발자국(Ecological Footprint)이란

1996년 캐나다 경제학자 마티스 웨커네이걸과 윌리엄 리스가 개발한 개념으로 인간이 지구에서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의ㆍ식ㆍ주 등을 제공하기 위한 자원의 생산과 폐기에 드는 비용을 토지로 환산한 지수를 말합니다. 인간이 자연에 남긴 영향을 발자국으로 표현한 셈이죠.

현대경제연구원 이부형 연구위원

■ '행복 GDP 연구' 스티글리츠 위원회

스티글리츠 위원회는 지난해 1월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제안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사르코지 대통령이 "GDP가 사회적 웰빙, 지속가능성 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하면서 "새로운 지표의 큰 그림을 그려달라"고 요청했고, 조셉 스티글리츠 미 컬럼비아대 교수가 이를 수락한 것이죠.

위원장은 스티글리츠 교수가, 아마르티아 센 미 하버드대 교수가 고문을 맡고 국제적 저명인사 22명이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1년 반 넘는 연구 결과가 최근 발표된 셈입니다.

일각에서는 위원회의 탄생 배경을 두고 의심을 품기도 하는데요. 프랑스가 1990년 이후 경제구조의 비효율성 증대로 실질 GDP 성장률이 크게 둔화되는 등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사르코지 대통령이 정치적 의도로 만들었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실제 프랑스의 실질 GDP 성장률은 1996~2000년 평균 2.7%에서 2001~2005년 1.5%로 낮아졌다가 2006년 2.2%로 회복됐으나 독일(2.8%)이나 영국(2.8%) 등 경쟁국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준입니다. 하지만 어쨌든 뜻은 좋으니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것이겠죠.

한편, 프랑스에서는 실제 행복 GDP 산출 작업이 열심히 진행돼 왔는데요. 스티글리츠 위원회의 자문을 받은 사르코지 대통령이 프랑스 통계청에 '행복 지수와 복지 수준 등을 포괄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GDP'를 측정할 것을 지시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작업이 어렵긴 했나 봅니다. 최근 장-필립 코티 통계청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개인의 행복을 수치로 측정하는 것은 복잡하고 비용도 많이 든다"며 '행복지수' 개발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코티 소장은 "통계전문가들이 행복 지수까지 더해 GDP를 산출하게 되면 GDP 통계치 발표까지 훨씬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기존의 GDP 산출 방식을 변경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시기상조"라고 밝혔습니다. 당분간 GDP를 경제 발전의 측정 지표로 계속 유지해 나가겠다는 얘기죠.

실제 스티글리츠 교수도 이번 방한 때 "행복 GDP는 화폐가 아닌 특정 수치로 표현되는가" "언제 현실에 적용되나"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답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