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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이냐… 독이냐… '포이즌 필' 논란 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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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이냐… 독이냐… '포이즌 필' 논란 가열

입력
2009.11.22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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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을 적대적 인수ㆍ합병(M&A)의 공포로부터 벗어나게 해줄 '포이즌 필'(Poison Pill) 제도 도입을 놓고 전문가들은 물론 정부 내에서도 논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부는 예정대로 다음달 입법예고를 거쳐 내년 초 국회에 법 개정안을 제출한다는 방침이지만, 입법과정에서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정부 내 의견도 갈려

법무부는 최근 상법 개정을 통해 포이즌 필 제도 도입방침을 밝힌 상태. 주주총회 특별결의(전체 주식 3분의1 이상과 주총 참석 주식 3분의2 이상 동의)로 정관을 변경하면 적대적 M&A 시도가 있을 땐 이사회 결의만으로 기존 주주들에게 저가의 신주발행권리를 부여한다는 내용이다.

일단 정부입장은 법무부가 제시한 원안수준에서 정리가 돼 가는 분위기다. 정부 관계자는 19일 "이사회 의결로만 발동을 허용할 지 등에 대한 이견이 좀 남았지만 큰 틀에서 도입으로 결론이 난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부처들의 생각은 제각각이다. 금융위원회는 여전히 반대 정서가 강하다. 다른 경영권 방어장치도 충분히 들어와 있는데 굳이 포이즌 필 같은 강력한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냐는 것. 자칫 삼성전자 같은 알짜 기업들은 외국인 주주들의 반대로 제도조차 도입 못하고, 정작 구조조정이 필요한 기업들은 오너의 '방패막이'로 악용될 소지가 크다는 얘기다. 발동요건 역시 이사회 결의만으로 할 게 아니라 별도의 주주총회 결의 같은 제어장치를 둬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올 들어 찬성 입장으로 선회한 기획재정부와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작년까지는 반대쪽에 서 있었다. 정호열 공정위원장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입장선회 배경을 묻는 질문에 "공정위도 정부 부처여서 따라간 것"이라고 '솔직히' 밝히기도 했다. 내부 직원들은 말을 아끼고 있지만 여전히 포이즌 필이 시장과 기업의 역동성을 해칠 수 있어 조심스럽다는 정서가 강하다.

시장은 반대

활발한 주식거래와 기업들의 공정경쟁을 원하는 자본시장 쪽은 줄곧 제도도입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포이즌 필이 도입된 기업의 소액주주에겐 경영권 재료로 인한 주가상승이 원천봉쇄 되는데다, M&A의 위협이 사라지면 경영자들의 방만경영을 조장해 결과적으로 주주가치를 훼손할 여지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자본시장연구원 권세훈 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재벌소유와 순환출자 등 지배구조로 인해 한국의 대기업은 적대적 M&A자체가 어렵다"며 "(포이즌 필을 도입한다고 해서)경영권 방어 비용이 생산적 투자로 이어질 지도 의문시 된다"고 제도 도입 필요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권 연구위원은 정부가 굳이 제도도입을 강행하더라도 최소한 이사회에 발동 결정에 따른 책임을 지워야 하고 한 번의 주총결의로 도입을 영구화하기보다 3년 정도의 일몰조항을 둬 주총에서 적절성을 정기적으로 심사 받도록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도 비판에 가세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기업의 경영권 안정을 통한 투자촉진 보다는 지배주주의 사익추구만 늘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회 격론 예고

논란이 여전한 만큼 정부안이 내년 국회에서 그대로 통과될지도 미지수다. 우선 야당은 포이즌 필 도입에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김동철 민주당 의원은 이달 초 법무부의 초안 공개 직후, 여야 의원 전원에게 서신을 보내 "포이즌필 도입은 21세기 신쇄국주의 발상"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그는 "포이즌 필은 금융위와 공정위 등 관련부처에서 일관되게 반대해 온 사안으로 글로벌 스탠더드와 맞지 않고 투자 활성화와도 무관하다"며 "오히려 기업가치 하락과 외국인 투자에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 올 뿐"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신학용 의원도 "윤증현 재정부 장관 등 경제부처 수장들이 올 들어 기존 반대 소신을 줄줄이 번복하고 있다"며 일전을 벼르고 있다.

여당은 아직 입장조차 정하지 못한 상태. 국회 법사위 한나라당 간사인 장윤석 의원은 "아직 당정 협의를 한 적이 없어 내용을 자세히 알지 못한다"며 "정부 입장을 들어봐야 입장이 나오겠지만 현재로서는 여당의 입장은 없다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 포이즌 필

적대적 M&A 공격을 받는 기업이 기존 주주들에게 시가보다 훨씬 싼 값에 지분을 살 수 있는 권리를 미리 부여하는 제도. 싼 비용으로 지분을 늘릴 수 있기 때문에 경영권 방어가 가능하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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