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요? 당연히 스타벅스를 따라잡는 거죠."
국내 커피전문점 시장은 가히 춘추전국시대라고 해도 좋을 만큼 급성장추세다. 외산 브랜드인 스타벅스(310개), 커피빈(183개)에 할리스(213개), 엔제리너스(211개, 이상 10월말기준) 등 토종브랜드가 가세, 현재 4,000억원대 규모의 시장을 형성중이다.
최근 이 경쟁에 새롭게 뛰어든 카베베네는 지난 해 4월 브랜드 론칭후 1년7개월만인 이달 점포 100개를 돌파, 새로운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강 훈(42) 사장은 카페베네 돌풍의 주역이다.
강 사장은 사실 국내 고급 커피전문점 시대의 서막을 연 주인공이다. 그는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미국 스타벅스 본사에서 바리스타 교육을 받았다.
"1997년 7월 신세계백화점 매니저로 일하던 시절, 회사로부터 출장 지시가 떨어졌어요. 신수종 사업으로 스타벅스를 곧 국내에 도입할 것이니, 현지에서 교육을 받아오라는 거였죠."
미국으로 건너간 강 사장은 3개월간 스타벅스의 운영노하우를 몸에 익혔다. 무엇보다 놀란 것은 현지 교민들의 반응이었다고 한다. 강 사장은 "한국에 스타벅스가 생긴다는 사실에 교민들이 상당한 긍지를 느끼더라"며 "이미 스타벅스와 계약을 맺고 싶다고 타진을 해온 국내 기업만도 100군데가 넘었다는 사실에 대박을 예감했다"고 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한국에 불어 닥친 IMF외환위기로 모든 기업이 경영난에 부닥쳤고, 신세계의 스타벅스 사업도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그는 "모든 준비를 마치고 무대에 나가기를 기다리는 배우가 공연이 무기한 연기됐다는 소식을 듣는 느낌"이었다고 전했다.
언제까지 마냥 기다릴 수 없었다. 강 사장은 결국 1998년 5월 회사를 그만두고, 스타벅스에서 배운 노하우를 바탕으로 토종 커피전문점 할리스를 오픈했다. (신세계는 이듬해 7월에야 국내에 스타벅스 1호점을 선보였다)
고급 원두에 차별화한 서비스, 직영으로만 운영하는 스타벅스와는 달리 프랜차이즈 형식으로 가맹점을 모집하며 사업을 확장한 그는 5년만에 매장을 40개까지 늘렸다. 2003년 그는 돌연 할리스 운영권을 당시 국내 최대 엔터테인먼트 그룹 플레너스(CJ인터넷)에 매각했다.
할리스 매각 당시 향후 2년간 동종업을 할 수 없다는 계약문제로 한동안 업계를 떠나있었지만, 강 사장은 꾸준히 성장하는 커피시장에 대한 관심을 늘 열어두고 있었다.
강 사장에게 새로운 기회가 온 것은 지난 해 4월. 새롭게 커피전문점 사업에 뛰어든 카페베네측이 '재야의 고수' 에게 손을 내민 것이다.
새로운 도전에 나선 강 사장은 "요즘 커피전문점은 스타벅스 따라하기 열풍"이라며 "이와는 다른 컨셉트로 승부를 거는 전략을 택했다"고 말했다.
매장 인테리어를 고전적인 스타일로 꾸며 고객에게 친근감을 주도록 했고, 내부공간에 북카페를 두는 등 차별화했다. 기존 커피위주의 메뉴에서 탈피, 와플, 미숫가루, 떡 등 한국식과 서양식 음식을 골고루 배합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스타마케팅. 평소 친분이 두터운 사이더스 HQ 정훈탁 사장과의 관계를 활용, 이 회사 소속 조인성, 한예슬, 성유리 등 톱스타들의 방문을 유도했다. 대번에 연예인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커피전문점이라는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인기 드라마 '아이리스'의 간접광고(PPL) 효과까지 가세, 인지도가 급상승했다.
강 사장은 "한국인이 원두커피를 마시는 비율은 인스턴트커피의 10분의 1가량으로, 이웃 일본의 20% 수준이라 성장 여력이 많다"며 "연말까지 매장 120개, 내년에는 300개를 오픈, 1,000억원 매출을 달성하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한창만 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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