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첫 한국 방문에 대해 미 언론들은 차분한 기조의논평을 내놓고 있다. 일본, 중국과의 정상회담, 싱가포르에서의 아시아ㆍ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대한 평가가 비판 일색이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미관계에서 일본, 중국과 같은 까다로운 현안이 별로 없었던 데다 북핵 문제 등 회담 의제에서 의견 조율이 사전에 충분히 이뤄진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중 "(한국이) 가장 편안한 곳"이었다며 "이명박 대통령은 예상대로 중국이나 일본 정상보다 미국에 호의적이었다"고 전했다.
미 언론들은 오바마 순방의 핵심이 중국 일본이라는 데에 이견을 달지 않는다. 경제위기 와중에서 국제적 영향력이 한껏 더 커진 중국과 대대적인 외교노선 수정을 추진중인 일본에서 미국이 어떤 입지를 구축하느냐에 따라 아시아에서의 미국 리더십이 재평가될 수 있다고 본 때문이다.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가 내년 한국에서 개최되는 것을 감안해 이번 아시아 순방에서 한국을 건너뛰는 방안까지 논의됐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도 같은 맥락이다. 한미동맹을 21세기 미래 전략동맹으로 격상하는 등의 '적잖은' 의미가 있지만, 중국 일본 등에서 불어 닥치고 있는 아시아 변화의 바람에는 큰 변수가 되지 못한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워싱턴의 한 전문가는 "중국 일본 방문이 미국의 전략적 이해관계를 재설정하는 '리셋 버튼'의 성격을 갖고 있다면 한국 방문은 기존 동맹의 틀에서 구체적 현안에 대한 입장을 재확인하는 의미가 강했다"고 말했다.
북핵 공조와 그랜드바겐 해법에 대해 두 정상이 확고한 공조를 다짐한 것과 관련해선 북미 양자대화 및 6자회담 재개를 앞두고 가장 큰 대북 지렛대를 갖고 있는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측 입장에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자동차분야의 불공정성을 제기하고 이에 대한 의회의 비판을 전달하는 차원에서 FTA 논의를 끝내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이 재검토 의향을 비침으로써 FTA 비준이 미 의회에서 속도를 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지적이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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