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만남은 포옹으로 시작해 포옹으로 끝났다.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 후 10개월 만에 세 번째 갖는 정상회담인데다, 각종 국제회의 석상에서 자주 만나 대화를 나눈 터라 두 정상은 20년이란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오랜 친구인양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특히 '지한파'로 알려진 오바마 대통령은 연신 우리측 환영에 감사를 표시했다.
전날 저녁 오산 기지를 통해 방한한 뒤 숙소에서 휴식을 취한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세종로 미국 대사관에서 직원들을 격려한 뒤 전담 경호대의 삼엄한 경호를 받으며 오전 11시께 청와대에 도착했다. 우리 쪽에서도 1만3,000여명에 달하는 군과 경찰이 투입되는 등 사상 초유의 철통 경호 작전이 벌어졌다.
청와대 본관 현관 앞에서 기다리던 이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이 승용차에서 내리자 포옹과 악수를 하며 환영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방명록에 '대한민국의 뜨거운 환대에 감사합니다. 양국 국민의 우정이 영원하길 기원하며(I am grateful for the wonderful hospitality of the Republic of Korea. May the friendship between our two people be everlasting.)'라고 적었다.
이어 한국 전통 방식의 공식 환영식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오늘 받은 환영 행사가 아시아 순방 이래 가장 인상적"이라면서 " 몇몇 군인이 입고 있던 전통 의상이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평했다.
단독 정상회담 말미에 이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이 시간을 많이 써서 회담이 길어졌다"고 말하자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에서도 모든 게 대통령 탓이라고 한다"고 말해 폭소가 터졌다.
미국의 커트 캠벨 국무부 차관보는 유명환 외교부장관에게 "정상회담을 많이 봐 왔지만 오늘처럼 솔직한 얘기가 오가는 것은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80분간의 정상회담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 문화와 음식을 좋아한다"면서 "오늘 오찬도 기대하고 있다"고 농담해 재차 폭소가 터졌다.
이날 오찬에는 신선로와 함께 국산 쇠고기로 만든 불고기, 미국산 쇠고기로 만든 바비큐 등이 올랐다. 신선로는 당초 메뉴에서는 빠져 있었으나 이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가 직접 챙겨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능숙한 젓가락질로 이를 맛보며 "맛있다"를 연발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태극기와 성조기를 부착한 태권도복을 선물했다. 상원의원 시절 4년간 태권도를 수련한 오바마 대통령은 도복을 받자마자 태권도 '정권 지르기' 자세를 직접 취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대통령에게 작가 벤저민 토머스의 서명이 찍혀 있는 에이브러햄 링컨 전기 한정판과 특별 제작한 유리 제품을 선물했다. 김여사에게는 무궁화 모양의 크리스털 글라스 플라워를 선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오찬 회동을 끝내고 오산 공군기지로 이동해 미군 장병들을 격려한 자리에서 "안녕, 내 친구들이여. 오늘 여기 오니 너무나 좋다."고 말해 환호를 받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함께 참석한 한국군 관계자들에게 "한국말보다 영어를 훨씬 더 잘하지만 한번 시도해보겠다""면서 서투른 한국 발음으로 "같이 갑시다"라고 말했다.
연설을 마친 오바마 대통령은 연단 밑으로 내려와 참석자들과 악수한 뒤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에 올랐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에 20시간 20분 가량 체류하면서 이 대통령과 3시간 여 동안 만났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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