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 vs 색채.' 올 겨울 설원에서 펼칠 패션 드라마의 키워드다. 강원 일대 스키장들이 이번 주 일제히 개장하면서 스키 및 보드 애호가들이라면 하루에도 수십 번씩 머리 속에 설원을 질주하는 황홀한 포물선을 그리고 있을 터.
하얀 눈밭 위에서 개성을 한껏 뽐내줄 스키 및 보드복을 찾는 발걸음도 이어지고 있다. 어떤 제품이 이들의 선택을 받게 될지 벌써 궁금해진다.
구소연 휠라 디자인실장은 "경기 불안감이 여전해 올 겨울엔 어느 해보다 일상복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실용적 디자인이 많이 나왔다"며 "특히 다양한 무늬와 화려한 배색 효과를 보여 주는 제품들이 인기를 얻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소영 헤드 디자인실장은 "인체공학적인 패턴, 온도 반응 신소재, IT 기술을 접목시켜 스키어들이 MP3와 핸드폰을 꺼내지 않고도 사용할 수 있게 한 스마트 보드복 등 기능적으로도 한층 업그레이드 됐다"고 평가했다.
줄무늬, 체크, 그래픽… 무늬가 대세
도심과 설원 모두를 만족시키는 범용성이 강조되면서 가장 두드러진 것이 무늬의 다채로운 활용이다. 특히 보드복의 경우 여러 가지 색상의 가로 줄무늬를 넣거나 화사한 체크를 사용한 제품들, 군복을 연상시키는 카무플라주(camouflageㆍ얼룩덜룩한 무늬)의 제품들, 로고를 그래픽으로 처리한 제품들이 선보이고 있다.
보드복은 전통적으로 상의를 넉넉하게 입는 힙합 스타일이 주류였지만 최근엔 전반적으로 날렵한 디자인이 선호되면서 부피감을 줄였다. 앞 여밈 지퍼가 달린 박스 형태의 재킷이 일반적이지만 보온성이 높은 폴라플리스 후드 티셔츠에 풍성한 패딩 조끼를 덧입는 식의 레이어드 연출도 세련된 차림으로 인기를 모은다.
스키복의 경우 여성용은 벨트를 부착하거나 허리 곡선을 강조한 제품들이 많이 나왔다. 상의에 그래픽 패턴, 자수, 큐빅을 넣어 포인트를 준 제품도 많다. 또 모피를 덧댄 탈ㆍ부착용 모자를 달아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도록 했다.
통일감보다 리듬감… 색채 대비가 주류
스키가 고급 스포츠 이미지가 강한 만큼 스키복은 일반적으로 무늬보다는 화려한 색채 배합과 모피가 달린 후드 점퍼, 주름 장식 등을 통해 세련미를 강조한다. 또 통상 위 아래를 한가지 색상으로 통일하거나 상하의 중 한쪽을 흰색이나 검정색으로 처리하는 등 무난한 배색을 이용한다. 하지만 올 겨울엔 바지 옆 선에 줄무늬를 넣거나 점퍼의 가슴 및 팔꿈치 부분에 형광 소재를 덧대 활강 시 속도감을 연출하고, 점퍼의 누빔선에 그래픽 효과를 넣는 등 단조로움을 피하기 위한 시도가 돋보인다.
보드복의 경우는 상ㆍ하의에 모두 명도가 높은 색상을 넣어 강렬한 색채 대비를 이룸으로써 옷차림에 리듬감을 부여한 것이 특징적이다. 상의는 밝은 분홍, 하의는 밝은 파랑으로 배색하는 식으로 화사한 느낌이 강조된다.
온도 반응 소재, 히팅 장갑 등 기능성 UP
실용성을 강조하는 추세에 따라 스키 및 보드복도 거위털이나 오리털을 충전재로 사용, 도심에서는 겨울철 국민복이 된 다운 점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제품들이 많이 나왔다. 또 격렬한 신체 활동이 요구되는 운동인 만큼 기능적 절개 라인과 입체 패턴을 사용해 활동성을 강화하고, 방수 지퍼를 사용하거나 바지 부리에 바람막이 및 마모 방치 처리를 하는 등 기능적 완성도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첨단 소재의 활용도 돋보인다. 보온성이 우수한 초극세사 섬유 씬슐레이트(Thinsulate), 특정 온도를 기억해 그 온도 이하로 떨어지면 수분 침투를 막아 보온성을 극대화해 주는 주위 온도 반응 소재 디아플랙스(Diaplex), 자외선 차단 및 방수∙발수∙방풍 효과를 내는 기능성 소재 등이 활용됐다.
손가락의 부상과 동상을 막아 주는 히팅 장갑도 나왔다. 배터리를 장착해 온도에 따라 2~12시간 동안 온도를 유지해 주는 장갑으로 작동 상태를 보여 주는 활동창이 부착돼 있다.
다양한 수납 아이디어도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재킷 주머니에 나침반을 장착해 안전과 재미를 추구하는가 하면 MP3 플레이어의 이어폰 줄을 고정해 주는 고리를 설치하기도 했다. 또 장갑을 벗지 않아도 소매에 장착한 리모트컨트롤 버튼으로 MP3나 휴대폰을 꺼내지 않은 채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제품도 있다. 이밖에 고글 닦이 천, 찍찍이(벨크로)로 탈ㆍ부착 가능한 리프트권 패치, 엉덩이 보호 패드 등이 겨울 스포츠를 더욱 즐겁게 만들어 준다.
내수압 '만방', 심실링 확인해야
스키 및 보드복을 구입할 때 가장 기본적으로 체크해야 하는 것이 방수성 투습성 보온성이다. 방수성은 흔히 내수압으로 나타내는 데 '만방' 즉 내수압 1만mm 정도면 안심. 활동 시 몸에서 배출된 땀을 옷 밖으로 내보내는 투습성은 7,000g 정도면 쾌적한 활동이 가능하다. 대부분의 제품들이 신소재를 사용해 보온성은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지만 보드복 안으로 눈이나 비가 젖어 드는 痼?막기 위해 지퍼와 솔기 부분을 방수 처리하는 '심실링(seam sealing)' 처리가 돼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필수다.
이성희 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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