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영어마을로 민간위탁 시험대에 올랐던 경기 영어마을 안산 캠프가 계속되는 재정 적자로 인해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 위탁 업체의 계약 만료일이 코 앞에 닥쳤는데도 경기도는 신규 업체를 선정하지 못한 것은 물론 위탁 업체 모집을 위한 공고조차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안산 캠프를 위탁 운영하고 있는 ㈜크레듀에 따르면 안산 캠프는 내달 3일로 2년간의 위탁 운영 계약 기간이 끝나지만 신종플루 여파로 학생들 발길이 끊기면서 이미 이달 초부터 모든 영어 학습ㆍ체험 프로그램이 중단된 채 휴관 중이다. 크레듀는 재계약을 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크레듀는 2007년 12월부터 경기도를 대신해 영어마을 안산 캠프의 운영을 맡아왔다. 당시 크레듀는 25억여원을 들여 성인 기숙사를 짓고 경기도에 기부채납하는 등 40억~50억원 규모의 시설 및 프로그램 투자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008년 3억원의 적자를 낸 데 이어 올해도 7억원의 적자가 예상되는 등 경영난이 심화하자 사실상 철수 결정을 내린 것이다.
실제로 안산 캠프 교육생은 2006년 1만4,682명, 2007년 1만2,686명, 지난해 9,111명으로 매년 감소했고 올해도 지난 8월 말까지 7,738명에 그쳤다. 외국인 강사 역시 2006년 34명에서 현재 18명으로 줄어들었다.
경기도는 이에 따라 안산 캠프를 새로 맡아 운영할 업체를 물색해왔지만 적임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최근 안산의 한 종교단체가 캠프 부지에 다문화 가정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특수목적학교 설립을 제안했지만 도는 "특수목적학교는 영어마을의 본래 취지와 많이 다르기 때문에 시간을 갖고 판단해야 할 문제"라는 입장이다.
특히 위탁 계약 만료일이 코 앞에 닥쳤는데도 위탁자 선정을 위한 공고조차 내지 못하고 있어 향후 위탁 희망 업체가 나타난다 하더라도 최소 3,4개월간 캠프 전체의 휴원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도 관계자는 "일단 크레듀를 상대로 재계약을 하도록 권유하고 있으며 계약 기간을 연장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4년 8월 안산시 단원구 선감동에서 문을 연 경기 영어마을 안산 캠프는 해외에 나가지 않고도 현지와 비슷한 환경에서 영어를 익힐 수 있게 한다는 취지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영어마을이 전국 각지에 우후죽순으로 번지고 학습 효과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면서 이용자들이 급감해 2006년 33억원, 2007년 17억원의 적자를 내면서 '애물 단지'로 전락했다.
강주형 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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