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경기 안양시 평촌동의 한 벤처 빌딩에 자리잡은 발광다이오드(LED) 조명기구 생산기업 GND. 공장 안을 들어서자 반도체 생산 라인을 연상하게 하는 광경들이 펼쳐졌다.
방진복과 마스크를 쓴 직원들이 자동화 설비 사이를 부지런히 돌아다니면서 쌀알 크기 만한 LED 칩이 인쇄회로기판에 제대로 장착되는 지를 꼼꼼히 살폈다.
이곳에서 만드는 것은 형광등과 백열등을 대체할 수 있는 LED 조명등. 겉모양만 봐선 기존 형광등(600㎜)과 똑같지만 형광등 대체형 LED 조명엔 LED칩이 132개나 들어간다.
LED는 전기료가 적게 들고 수명이 길 뿐만 아니라 친환경적 조명으로 최근 인기 상한가다. 먼저 전기료의 경우 LED 조명은 백열등의 10분의1, 형광등의 2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100W 백열등 100개를 하루 15시간 사용, 연간 전기료가 540만원 정도 되는 사업장이라면 LED 전구로 교체할 경우 전기료가 54만원으로 줄어든다.
반면 LED 조명의 수명은 무려 5만시간으로, 백열등의 50배, 형광등의 10배에 달한다. 전기료도 적고, 오래 쓰다보니 하루 종일 조명을 켜야 하는 곳이 먼저 LED 램프를 설치하고 있다. LED 조명은 또 그 만큼 전기를 덜 생산해도 돼,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크게 줄일 수 있다. 수은과 납, 자외선 방출 등 기존 조명등의 유해 물질에 대해서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사실 LED 조명을 만드는 회사는 적지 않다. 이런 장점들로 인해 수요가 커질 것으로 보고 너도나도 LED 조명등 생산에 뛰어든 상태다. 그러나 LED 조명등 보급은 더디기만 하다. 이유는 가격 때문. LED 조명등은 일종의 반도체인 LED 칩이 들어가는 만큼 가격이 기존 조명등에 비해 10배 정도 비싸다.
형광등 대체용 LED 조명의 경우 소비자 가격이 10만원을 훌쩍 넘는다. 선뜻 구매하기에는 초기 비용이 너무 높다. 특히 기존 형광등을 LED 조명으로 바꾸려면 통상 전문기사를 따로 불러야 한다. 기존 등기구 안쪽의 안정기를 제거 또는 별도 설치하고 배선 등을 다시 연결하는 일은 전기공사법에 따라 전기기술자가 시공해야 한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설치 비용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GND의 LED 조명은 기존 형광등을 빼고 그 자리에 바로 꽂기만 하면 된다. LED 전문기업인 테크룩스(대표 남기호)와 공동 연구ㆍ개발(R&D) 끝에 안정기 유무와 상관없이 작동하는 LED 조명등을 만드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문가가 아니라도 누구나 손쉽게 원래 쓰던 형광등이나 백열등을 바꿔 끼면 바로 구동토록 설계돼있다. 테크룩스는 특허도 냈다. 별도의 부품이 필요 없으니 가격경쟁력도 뛰어날 수 밖에 없다.
그 동안 김양경(40ㆍ여) GND 대표가 주력해 온 부문은 인쇄회로기판(PCB)이었다. 중앙국제법률특허사무소에서 근무하다 한 때 영어강사로도 활동했던 김 대표는 2004년 컴퓨터 4대로 PCB 회사를 차린 뒤 현대차, LG전자, SK이노에이스, 기륭전자 등의 납품ㆍ등록 업체로 자리를 굳혔다.
특히 현대차의 경우 하이브리드 차량의 PCB는 상당부분 김 대표가 납품하고 있다. '저탄소 녹색성장'과 관련이 깊은 일을 연이어 하는 셈이다. 김 대표는 "누구라도 손쉽고 부담 없이 쓸 수 있는 LED 조명을 만드는 게 '저탄소 녹색 성장'을 앞당기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며 "더 싸고 더 안정된 LED 조명을 생산, 우리나라가 LED 강국이 되는 데 작은 힘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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