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해 유기농 과자와 저자극성 양말을 사고, 5살이 되도록 연필을 제대로 잡지 못할 때엔 가정교사를 붙인다. 아이들 놀이용으로 나무 위에 지은 집에 광대역 통신망을 깔고, 무릎이 두 번째 까질 때 집에 있는 그네를 없애버린다. 그들은 또 학교나 놀이터, 농구장 등 아이들이 있는 곳이면 어디에든 나타난다. 자녀에 대한 과잉보호 때문에 학교 선생들이 "헬리콥터 부모"라고 부르는 그들은 나이와 인종, 지역에 상관없이 미국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타임이 22일 최신호 인터넷판에서 미국 부모들의 도를 넘는 자녀보호 실태를 커버스토리로 다뤘다. 코네티컷주의 한 시장은 수영장에 떨어지는 호두가 수영하는 손자에게 알레르기를 일으킨다는 한 할머니의 항의로 가로수인 호두나무를 베어냈다. 텍사스의 한 초등학교에선 학부모들이 아이들 휴일파티를 도우려면 미리 신원내력을 제출해야 한다. 심지어 유아원에서 글로벌 경쟁에 대비해야 한다며 중국어 교육이 요구되기도 한다.
자녀가 중ㆍ고교로 진학하면 헬리콥터는 '스텔스기'로 변신한다. 교내 뮤지컬 캐스팅이 시작될 때 등 결정적 순간에 나타나 '임무'를 수행한다. 많은 고교 교사들은 학기가 끝나기도 전에 자녀의 점수에 항의하는 부모의 문자메시지를 받는다. 과잉보호는 대학졸업 이후에도 계속된다. 어니스트 앤 영이라는 회사는 신입사원을 뽑을 때 부모용 설명책자도 만드는데 부모들이 자녀가 다닐 회사의 봉급과 건강보험 등 부대조건을 협상하는 데 적극 가담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잉보호는 통계적으로도 간접 확인된다. 도보나 자전거 등교는 1969년 41%나 됐지만 2001년에는 13%에 불과하고, 아이들 자유시간은 1980년대에 비해 25% 줄어들었다. 대학 학장들은 이렇게 나약하게 자란 신입생들을 '깨지기 쉬운 찻잔'이라고 부르며 걱정하기도 한다.
타임에 따르면 이에 대한 반성으로 '아이들 방목하기', '느긋하게 키우기'등의 대안운동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타임은 1918년 D.H 로렌스가 펴낸 '아이교육을 시작하는 방법'을 인용, "내버려 두라"고 조언했지만 로렌스는 자녀가 없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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