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리투아니아의 고급 승마교습소를 비밀 감옥으로 바꿔 고위 알카에다 조직원 수감 및 고문에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미 ABC 방송이 18일 보도했다. 리투아니아 의회는 즉각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이 방송은 전직 미 정보 관리들 및 리투아니아 정부 관리들을 인용, CIA가 2004년 리투아니아의 수도 빌뉴스에서 북동쪽으로 20㎞ 거리에 있는 안티빌라이 마을의 한 고급 승마교습소를 인수, 내부에 비밀 감옥을 설치해 운영했다고 전했다.
ABC에 따르면 부시 전 미 대통령이 2002년 리투아니아를 방문해 리투아니아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지지를 약속한 직후 CIA는 리투아니아 정부로부터 비밀 감옥 설치 허가를 얻어냈다.
CIA는 이후 유령회사를 내세워 사들인 승마교습소 및 카페 건물 내부에 5~6피트(1.52~1.82m) 간격으로 콘크리트벽을 설치, 샤워시설ㆍ침대ㆍ화장실을 갖춘 독립된 수감시설을 여러 개 만들었으며, 2004년 9월부터 이를 테러용의자 고문ㆍ수감 시설로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밀 감옥 운영에 직ㆍ간접 관여했던 전직 CIA 관리들은 CIA가 리투아니아 비밀 감옥을 1년 넘게 운영했으며, 수감자는 최대 8명에 달했다고 밝혔다. CIA는 해외 비밀감옥 존재가 대중에 알려진 2005년 11월 이 감옥을 폐쇄하고 테러용의자들을 중동으로 옮겼다. CIA는 9ㆍ11테러 직후 알카에다 심문을 위해 해외에 8개 비밀감옥을 운영해왔으며 유럽에는 리투아니아 외에도 루마니아와 폴란드에 설치했다.
인권남용을 조사하는 민간단체인 '하나의 세계 리서치'존 시프턴 연구원은 "비밀감옥에서의 감금과 심문은 명백한 불법이고 범죄"라고 말했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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