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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K 교장선생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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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K 교장선생님께

입력
2009.11.22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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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근착절(盤根錯節)이란 말이 있습니다. 굽은 뿌리와 엉킨 마디라는 뜻으로, 얽히고 설켜 처리하기 어려운 경우를 말합니다. 우리 교육이 그러합니다. 그래서 학부모들은 학교를 믿지 못하고 학원으로 외국으로 아이들을 내보냅니다. 국내총생산 대비 사교육비 비중이 OECD 국가 중 1위입니다. 미국 유학생 수에서 한국은 세계 2위로, 2011년에는 유학ㆍ연수 관련 무역수지 적자가 10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도 있습니다.

더욱 큰 문제는 학생들이 학교에 가는 것을 행복해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런 상태를 방치할 수는 없습니다. 학교를 학생들이 행복하게 등교하는 곳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 변화는 교장 선생님이 이끄셔야 합니다. 학교를 어떻게 바꿔야 할까요.

첫째, 학교의 중심은 학생입니다. 교육 목표를 세울 때 학생의 발달과 필요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주십시오. 학부모나 학생들은 상황에 따라 교육에 대한 요구가 다릅니다. 학력 우수그룹은 수능위주 수업을 원하지만, 하위 그룹은 적성을 살릴 수 있는 교육을 요구합니다. 잘하는 아이들은 더 잘하도록 하고, 모자라는 아이들도 잘 할 수 있도록 격려해야 합니다.

또 남다른 특이한 아이도 진로를 모색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합니다. 따라서 학생들의 발달 수준에 따른 학교 운영을 교육 목표에 적절히 반영할 필요가 있습니다. 교육 목표는 학교 경영의 출발이자 나침반입니다. 교육 목표를 장식품처럼 내거는 방식은 지양되어야 합니다.

둘째, 학생 중심의 맞춤교육 체제를 구축해 주십시오. 학생과 학부모의 요구가 다양해지고 있고, 과거와 달리 학생도 스스로의 위치를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예전처럼 점수를 잘 받게 해주는 교육만 요구하지 않습니다. 개인차를 존중하고, 적성을 반영한 맞춤식 교육을 원합니다. 당연히 학교교육이 이에 맞춰 변해야 합니다. 학교 교육을 몇 개 그룹으로 나누어 패키지화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단위 학교 안에 여러 개 소학교를 두는 방식이지요. 핀란드의 교육이 강한 이유는 학생 중심의 맞춤식 교육을 하기 때문입니다.

셋째, 선생님들의 관념을 지식 위주에서 창의와 다양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40년 전이나 지금이나 학교교육이 달라진 게 없다고 말합니다. 시설은 현대화됐는데 그 안에서 이뤄지는 교육은 40년 전과 똑같이 강의식, 암기위주 교육에 머물러 있다는 뜻이지요. 이는 교육 일선 선생님들에게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습니다. 특히 중추적 역할을 하는 부장 선생님들의 의식 전환이 절실합니다. 왜냐하면 간부급 선생님들은 선배 선생님들이 해온 전통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성향이 강하니까요. 선생님들의 변화를 통해 학교에 작은 혁명이 일어나도록 힘써 주십시오. 학교를 창조가 번뜩이는 세계로 바꾸어 주십시오.

정부는 학교 변화를 위해 입학사정관제 도입, 교육과정 개정, 학교운영의 자율권 부여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정부 정책에 대해 현장을 모르는 정책이라는 반론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 얽매이다 보면 우리 교육의 현장은 영원히 바꿀 수 없습니다. 이제 교장선생님께서 나서야 할 때입니다. 변화를 주도해야 합니다. 우리 학교를 다양한 교육이 숨쉬는 학교로 바꾸어 놓기를 기대합니다. 그래야 학생들도 행복할 테니까요.

구자억 한국교육개발원· 교육기관평가연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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