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통합에는 성공했으나 국제무대 흥행에선 실패했다."
헤르만 반 롬푸이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선출과 캐서린 애슈턴 EU 외교안보 대표 지명 '잉크도 마르기전에' 유럽 내에서 회의론이 일고 있다. EU 27개국 만장일치로 인선을 했지만 국제무대에서 유럽을 대표할 지명도를 갖춘 인물로 보기에는 미흡하다는 것. 유럽 언론들은 반 롬푸이-애슈턴 체제로 미국과 중국의 'G2'에 맞대응 하기는 역부족이라며 "EU가 제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협력자로서의 역할에 머무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반 롬푸이 초대 상임의장
독일 프랑스를 등에 업고 초대 EU 상임의장으로 선출된 반 롬푸이(62) 벨기에 총리는 관리자형 지도자로 통한다. 지난해 말 벨기에 이브 레테름 당시 총리가 은행 매각 관련 재판에서 사법부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스캔들로 중도 하차하면서 하원의장에서 총리로 자리를 옮겼다. 운 좋게 총리가 된 그는 예상을 뒤엎고 안정된 국정 운영을 펼쳤다. 특히 네덜란드어 영어 프랑스어에 모두 능통한 반 롬푸이 총리 취임 후 언어권 간 갈등이 심한 정가의 내분이 잠잠해졌다. 권위를 내세우기보다는 다양한 의견을 듣고 현실적 대안을 찾는 합리적인 리더십의 소유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브뤼셀 출신으로 예수회 계열 대학을 거쳐 루뱅 가톨릭대학교에서 철학과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정치 입문 전 1972년부터 3년간 벨기에 중앙은행에서 근무했다. 1990년대 예산장관 재직 당시 재정적자를 줄이면서 명성을 쌓았다. 일본 전통시 하이쿠(俳句)에 조예가 깊어 '시인 총리'라는 별칭도 가지고 있다.
▦애슈턴 외교안보 대표
여성과 좌파 그리고 영국에 대한 안배로 초대 외교ㆍ안보 고위대표로 지명된 애슈턴(53)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의 관운은 신데렐라 스토리에 비견될 정도로 극적이다. 지난해 10월 영국 출신 피터 만델슨 전 통상담당 집행위원이 브라운 내각에 전격 합류하면서 후임으로 발탁된지 1년 여 만에 EU의 외교 수장에 올랐다. '일천한 경력'탓에 외교가는 물론 영국 정가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로 분류된다. 자신도 선출 소감에서 "전문가인척 하지 않겠다"며 겸손하게 말했을 정도다.
애슈턴 대표는 통상경험이 부족하다는 우려를 씻고 한국-EU 자유무역협상 타결을 이끌어내 안팎의 신뢰를 받았다. 정치가나 관료로서 경력은 화려하지 않지만 뛰어난 학습능력과 빠른 업무파악이 장점으로 꼽힌다.
채지은 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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