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이 두 여성 국회의원에 벌벌 떨고 있다. 두 의원이 발의한 파생상품 관련 법률안 때문이다.
장내외를 막론하고 파생상품시장을 숨죽이게 하고 있는 의원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당 이성남 의원과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
이성남 의원은 키코(KIKO) 같은 장외파생상품을 새로 출시하기 전에 반드시 사전심의를 거치도록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일명 이성남법)'을, 이혜훈 의원은 선물ㆍ옵션 등 장내 파생상품 거래때 세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증권거래세법 개정안(이혜훈법)'을 각각 발의한 상태다.
세부 내용은 다르지만 두 법안은 파생상품거래에 대한 '규제'강화란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금융권은 이 법안이 파생상품 시장 자체의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나 기획재정부도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 분위기다.
그러나 경제통인 두 의원은 모두 각자 "경제전문가로서 상당 기간의 연구 끝에 내놓은 법안"이라면서 소신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성남법
이성남 의원이 발의한 법안의 골자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주범 중 하나로 지목된 신용파생상품이나 우리 기업들에게 큰 손실을 안겨 준 키코 같은 통화파생상품을 새롭게 개발해 일반투자자에게 판매할 때 사전심의를 받으라는 것.
금융위기 직후였던 지난해 말 첫 발의 후 지난 4월 정무위 법안심사 소위를 통과한 이 법안은 현재 정무위 전체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금융권은 '현실을 도외시한 법안'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장외파생상품은 계약주체나 체결 시마다 조건이 조금씩 달라지므로 어느 것이 새로 도입된 것인지, 기존 상품의 일부를 변형한 것인지를 구분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것. 사전승인 대신 사후에 계약 내용을 공시하는 등의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많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이성남 의원은 지난 20일 '자본시장법 개정안 설명자료집'을 내고, "국내에 장외파생상품 전문가가 많이 육성되고 투자자보호 장치가 정착될 때까지 2년 간 한시적으로 시행되는 법"이라며 금융권의 우려가 지나치다고 반박했다.
이혜훈법
'이성남법'에 대해 주로 은행과 증권사 등 금융기관이 반발하는데 비해 '이혜훈법'은 금융권뿐 아니라 선물ㆍ옵션에 투자하는 개인 전업투자자들까지 강력 반대하고 있다.
이혜훈 의원은 "증권거래에 대해서는 세금을 부과하는 반면 장내파생상품에 대해서는 거래세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며 "거래세가 조세의 형평성을 기하고 과열된 선물ㆍ옵션 시장의 안정 효과도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광묵 기획재정위원회 전문위원도 "거래세율을 상황에 따라 영(0)까지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세금을 도입하더라도 외국거래소로 회피함으로써 시장이 붕괴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기재위측은 이 법안 검토보고서를 통해 '긍정적'이란 입장을 내놨다.
반면 금융계와 시장에선 파생상품에 세금을 부과하면 시장자체가 위축되고 외국인자금이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오영석 한국금융투자협회 파생상품지원부장은 "0.5%의 거래세를 부과한다고 가정하면 현ㆍ선물 차익거래는 완전 중단될 것"이라면서"뿐만 아니라 파생상품 거래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면 현물거래까지 위축시킨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세수 효과도 높지 않은 거래세보다는 차라리 이익에 과세하는 자본이득세 도입이 현명하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주요국 중 파생상품에 거래세를 부과하는 국가는 대만 밖에 없다.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선진국들은 대부분 현ㆍ선물 모두 거래세를 부과하지 않고 연간 거래를 통해 얻은 총 이익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자본이득세를 부과하고 있다. 국회 기재위원장인 서병수 의원도 파생상품 거래세보다는 자본이득세가 낫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현재로선 두 법안의 통과여부는 미지수. 입법권을 가진 의원이 강력 주장하고 있지만, 시장반발이 워낙 크고 주무부처도 비판적 입장이어서 상임위 심의과정에서 격론이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법안통과여부와는 관계없이 글로벌 금융위기가 복잡한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무모한 투자와 규제미비에 비롯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두 의원의 법안은 상당히 의미가 있다는 평가.
한 시장관계자는 "아직 국내 시장규모는 크지 않지만 전세계적으로 개인들이 파생상품에 직접 투자하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을 만큼 그 잠재적 위험성은 크다"면서 "이번 법안을 계기로 파생상품시장을 어떻게 육성하고 또 규제해야 할지 진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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