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청와대가 4대강 살리기 사업 중 한강과 낙동강을 중심으로 한 예산 삭감을 검토하게 된 배경은 야당을 의식한 두 가지 정치적 고려가 담겨 있다.
먼저 4대강 사업에 제동을 걸고 있는 야당을 달래는 방안을 찾기 위한 포석이다. 4대강 사업의 첫 삽을 뜨는 시점에서 시급히 관련 예산안을 처리하기 위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측면에서 나온 고육책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정부와 청와대는 4대강 개발 계획의 큰 틀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내 완공 의지가 확고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야당이 예산심의 단계서부터 강력 반발하는 상황이 지속되면 오히려 정부 계획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야당 텃밭 지역인 영산강과 금강 유역의 예산은 원안대로 처리하면서 한강과 낙동강의 예산은 일부 줄이는 우회로를 택하자는 것이다.
현재 야당은 당론으로는 4대강 사업 반대 입장을 표명하면서도 막상 해당 지역에 내려가서는 드러내놓고 사업 추진 반대를 외치기 어려운 어정쩡한 입장이다.
이에 여권은 예산 삭감을 외치는 야당의 주장을 일부 들어주면서 야당의 텃밭 지역 개발 예산은 지켜주는 방안을 찾고 있는 것이다. 야당이 예산안 심의와 처리에 나설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해줌으로써 전체적인 4대강 사업을 예정대로 추진하려는 절충안을 고려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엔 영산강과 금강 유역의 개발이 본격 진행되면 주민들의 호응이 커질 것이고, 이에 따라 한강과 낙동강 개발도 내년 이후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될 것이란 기대도 들어있다.
이 대통령이 이날 '영산강 희망 선포식(기공식)'에 참석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볼 수있다. 이 대통령은 축사에서 "영산강 살리기는 여러분의 꿈이자 대한민국의 꿈"이라면서 "그래서 저는 영산강 살리기가 가장 먼저 착수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또 "이제 호남의 숙원이 풀리게 됐고, 이제 호남의 오랜 꿈이 이뤄지게 됐다"며 "영산강은 4대강 중에서 단위 면적당 가장 많은 비용을 들여 친환경적으로 복원하게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 민주당 의원들이 불참한 것에 대해 "마음은 있으나 몸이 올 수 없는 형편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의원들의 공세에 대해 주민들의 입장을 고려한 고도의 정치적 대응인 셈이다.
함께 자리한 박광태 광주시장과 박준영 전남 지사도 "영산강은 뭔가를 하지 않으면 강으로서 기능할 수 없다는 의견을 갖고 있었다"면서 "이 대통령이 큰 리더십을 발휘해 국민이 희망을 갖고 사는 시대를 열길 기원한다"고 이 대통령의 행보에 힘을 실었다.
여권이 4대강 예산의 조정을 검토하는 또 다른 배경은 세종시 추진 문제에 있다.
야당에게 4대강 예산 일부 삭감이란 선물을 주면서 세종시 문제에서는 협조해달라는 정치적 제스처를 취하려는 것이다. 아직 4대강 예산 조정 방침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여권 내부에서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방침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경우 여야의 예산안 정면 대치 현상이 완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염영남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