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국회가 4대강 사업 예산안 부실 편성 의혹으로 비틀거리고 있다. 이를 빌미로 다른 예산안 심의까지 발목을 잡는 민주당의 행태도 꼴불견이지만, 그 빌미를 적극 제거하지 못하는 정부 자세가 더욱 큰 문제다.
정부는 지난달 2일 국회에 제출한 2010년도 예산안 항목에 '4대강 살리기사업'을 별도 항목으로 편성하지 않고 기존 '국가하천 정비사업' 항목에 관련 예산을 포함시켰다. 더욱이 여기에는 하천 별 사업비용조차 표시되지 않아 순수한 '4대강 살리기' 예산의 규모를 알아채기 어려웠다.
야당 측 반발로 국토해양부가 10일 제출한 보완 예산안도 본질적 차이가 없었다. 국토해양부 관련 소관 예산으로 3조5,000억원, 수자원공사 관련 예산으로 3조2,000억원을 책정해 환경부와 농림수산식품부, 문화부 등의 관련 예산 1조8,000억원을 합쳐 8조5,000억원에 이르는 총액 규모를 알려주었고, 공구 별 시설비나 설계감리비, 토지매입비 등의 항목도 총액으로 표시했다. 그러나 '시설비'등의 두루뭉실한 표현만으로는 수중보 설치나 하천 준설, 자전거 전용도로 건설 등 개별 사업의 세부 항목을 알 수 없어 실질적 예산안 심의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여당에서조차 정부측 자료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보아 야당의 반발을 상투적 트집잡기로 일축할 수도 없다. 우리는 국정감사 때도 정부측 자세가 과거보다 무성의하다고 지적하며 시정을 촉구한 바 있다. 4대강 예산안 논란에서 그런 정부의 자세가 여전함을 확인한다. 야당이 일찌감치 세종시 문제와 함께 4대강 사업을 정기국회 핵심 쟁점으로 삼겠다고 선언한 바 있고, 정부는 충분히 사전 대비가 가능했다. 그런데도 이 모양이니 민주적 국정운용 능력과 의지를 의심 받게 되는 것이다.
국민 혈세를 쓸 심부름꾼이 어디에 얼마가 든다고 자세히 밝히는 것은 기본 책무이자 국회가 대표하는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아울러 예산안 심의의 효율화를 위해 '4대강 예산안'의 잠정적 분리 심의 등 현실적 대안에 합의하기를 여야에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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