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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예술은 최고의 녹색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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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예술은 최고의 녹색산업

입력
2009.11.22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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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들은 손재주가 좋다. 그래서인지 예술가들은 좋은 작품들을 잘 만들어 낸다. 거기다가 우리나라는 교육열도 매우 높다. 거의 모든 대학에는 예술대학이 있고, 여기서 많은 예술가들을 키워내고 있다. 그리고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계층에서 예술대학에 많이 진학하고 있다. 이들은 외국 유학도 많이 나간다. 이처럼 예술의 공급 측 인프라는 괜찮은 편이다. 인재도 많고 시설도 좋고 경제적 여유도 있으니 공급 측 여건은 어느 정도 충족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공급 여건은 좋은데 수요 빈곤

그러나 수요측면은 아직 빈곤한 수준이다. 우리나라에는 10억원이 넘는 아파트나 주택이 수두룩하다. 그러나 이들 중 100만원이 넘는 예술작품을 걸어 놓은 곳은 과연 몇이나 될까. 또 전업 작가가 직접 그린 그림을 걸어 놓은 곳은 몇이나 될까.

프랑스 등 선진국에서는 예술품 구매가 생활화되어 있고, 웬만한 집에는 작가가 직접 그린 작품들이 몇 점씩은 걸려 있다. 우리나라는 수백만원 짜리 가방은 주저 없이 구입하지만 예술작품 구매에는 매우 인색하다. 경제성장과 더불어 구매력은 커졌으나 그 구매력이 예술분야에서 실현되는 단계에는 아직 이르지 못하고 있다.

훌륭한 작가들이 좋은 그림을 아무리 많이 그려도 사주는 사람이 없으면 시장이 만들어질 수 없다. 말하자면 공급이 있어도 수요가 없으면 시장이 만들어질 수 없고, 시장이 없으면 예술은 발전할 수 없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는 예술도 시장을 통해야만 커갈 수 있다.

예술시장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예술도 하나의 산업으로 접근해야 한다. 예술산업이야 말로 최고의 녹색산업이다. 공해가 없으면서 부가가치가 매우 높은 최첨단 녹색산업이다. 그리고 예술산업은 우리나라의 유망한 성장 동력산업이다.

예술산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수요를 창출하여 시장을 확대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이다. 시장 참여자가 늘어나야 시장이 활성화되고, 예술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 소득수준은 높아졌지만 예술에 대한 수요는 여기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시장에 대한 정보가 충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가격정보가 미비한 실정이다.

주식시장에 주가지수가 있듯이 시장에는 가격지수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예술시장에는 가격지수가 없다. 소비자들은 판매자들이 정하는 가격이 정당한 가격인지 참고할 기준이 없다. 그리고 가격이 어떤 추세로 변하고 있는지 파악할 가격지수도 없다. 작가 별로 가격차이는 어떠한지 비교할 자료도 없다. 말하자면 우리나라의 예술시장은 나침반도 없이 항해하는 배나 마찬가지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수요가 활성화되기 어렵다.

예술정책은 수요 창출이 중요하다. 공급자인 예술가 육성도 필요하지만 수요자 육성도 거기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수요자는 지원으로 육성할 수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투명하고 정확한 시장정보를 충분하게 제공하는 것이다. 국민들은 모두가 예술시장의 잠재적 수요자이다. 이들이 예술시장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구매력은 있지만 시장정보가 부족해서 시장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예술시장의 문제점이다.

예술시장 가격정보 풍부하게

이 문제는 예술시장의 가격정보를 풍부하고 투명하게 해 주면 풀릴 수 있다. 우리나라는 예술가 자원이 풍부한 만큼 수요가 확대되면 예술산업은 급속도로 발전할 수 있다. 수요가 증대하여 국내시장이 커지면 우리의 예술산업은 머지않아 전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다. 우리의 예술가들은 그런 잠재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술산업을 발전시키지 않고는 결코 선진국이 될 수 없다. 선진국이란 개념 자체가 예술이 발달한 나라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최정표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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