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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마트서 왜 '오른쪽' 으로 가시나요

입력
2009.11.22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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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 관계자들은 지난해 여름 국내 신경과학 분야 권위자인 정재승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바이오 및 뇌공학과)를 만났다.

야심작 VG(프로젝트 명)에 어울리는 이름을 찾기 위해서다. 정 교수는 기아차와 VG에 가장 잘 어울리는 알파벳과 숫자의 조합을 찾기 위해 국내외 200여명을 대상으로 단어 연상, 시각 추적(eye-tracking), fMRI(기능성 자기공명 영상장치) 측정 등 다양한 방식으로 뇌 반응을 추적했다. 그 결과 가장 좋은 반응을 얻은 'K7'이라는 이름을 찾아냈다.

정 교수는 "기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알파벳 K는 강함, 지배를 뜻하는 그리스어 'Kratos'의 첫 글자이고, 대형차를 가리키는 숫자 7은 행운을 상징하기에 선호도가 높았다"며 "새 차 이름 개발에 뉴로마케팅(NeuroMarketing )을 적용한 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뉴로마케팅이 뜨고 있다. 뇌 분석 기술이 발달하고 관련 연구가 발전하면서 소비자의 무의식적이고 감성적 선택 결정과 관련한 행동의 원인을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되면서 뉴로마케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경제전문잡지 포춘은 뉴로마케팅을 '미래를 이끌 10대 새 기술'로 꼽기도 했다.

그 밑바탕에는 신경 경제학이 있다. 뇌는 100억~1,000억 개의 신경 세포로 구성돼 있는데 신경 세포들이 다른 세포들과 정보를 교환하기 위해 전기적 활동이 일어나고, 이런 정보를 통해 사람의 속내를 분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마케팅을 접목하면 소비자의 속 마음을 읽어 물건을 사게 만들 수 있다는 게 뉴로마케팅이다.

소비자는 왜 특정 브랜드에 끌리는지, 진열대 위 수 많은 제품 중 특정 제품을 선택하는지, 자신도 이유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오리콤이 22일 내놓은 '소통의 내비게이션, 뉴로마케팅'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일반 소비자는 파란색보다 빨간색 가격표에 더 강한 반응을 보이고, 10명 중 7명은 매장 입구에 들어서면 무의식적으로 오른쪽 길을 선택한다.

또 '한정 판매' '한정 수량'이라는 특정 조건을 내걸면 자신도 모르게 제품에 대한 욕구를 분출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무의식을 활용하는 사례들도 갈수록 늘고 있다. 혼다는 최근 모터사이클을 개발하면서 사람 얼굴을 본 뜬 디자인을 채택했다.

반대편 차량 운전자가 사람 얼굴에 대한 거부감이 적다는 분석 결과를 활용한 것. 실제 이 모델을 채택한 이후 사고가 40% 가량 줄었다. 특히 인터넷 쇼핑몰이나 포털 업체들은 소비자의 '클릭'이 무의식적으로 이뤄지는 점을 감안해 시선 분석을 통해 인터페이스를 개발하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주부들이 주로 찾는 점심 때와 늦은 오후에는 잔잔한 음악을 깔고 고객 회전율을 높여야 하는 패스트푸드점은 빠른 음악을 주로 틀고 있다.

오리콤은 뉴로마케팅에 성공하기 위한 팁을 제시했다.

▦과거는 잊어라-소비자는 합리적인 판단에서 소비하지 못한다

▦소비자를 믿지 마라-소비자 자신도 무엇을 원하지는 알 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뇌리에 남겨라- 고객의 무의식적 반응을 불러 일으키는 반응점을 자극하라

▦고객 간 반응의 차이를 인정하라-뇌 호르몬의 분비 농도, 뇌의 구조적 특성에 따라 다른 행동 양식과 성격을 가지는 소비자의 신경학적 차이를 고려하라는 등이 그것이다.

허웅 오리콤 브랜드전략연구소장은 "뉴로마케팅은 기업들이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투입하기 전에 제품 디자인이나 광고가 소비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며"일선 관계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어 앞으로 응용 범위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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