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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 속 연예인' BJ가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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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 속 연예인' BJ가 뜬다

입력
2009.11.19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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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학원 강사 최모(25ㆍ여)씨는 학원에서 귀가한 늦은 밤, 잠옷 대신 젊음을 한껏 드러내는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컴퓨터 앞에 앉는다. 그는 지난해 8월부터 'BJ 한나'라는 예명으로 개인 인터넷 방송을 운영하고 있다. 자정부터 새벽 4시까지 심야에 진행되는데도 접속자가 매일 250여명에 이를 만큼 인기다. 야근하는 직장인이 주요 '시청자'다.

방송은 정해진 틀 없이 진행된다.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시청자 사연을 소개하거나 자신의 소소한 경험을 친구에게 수다 떨듯 전한다. 때론 귤을 먹거나 훌라후프를 돌리고, 방 청소하는 모습을 웹카메라를 통해 여과없이 보여준다.

신청곡에 맞춰 최씨가 춤을 추는 코너는 방송의 '백미'여서, 이 시간 채팅창엔 '섹시해요' '몸매 멋져요' 등 환호의 메시지가 줄을 잇는다. 최씨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대세다 보니 미혼녀의 일상을 보여주는 내 방송이 인기를 얻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개인 인터넷 방송 진행자를 뜻하는 BJ(Broadcasting Jockey)가 20, 30대 미혼 남성들에게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미모의 젊은 여성 BJ들의 인기는 웬만한 연예인이 부럽지 않을 정도다.

'BJ 붐'은 손쉽게 인터넷 방송을 할 수 있는 환경과 영상에 익숙한 젊은 세대의 자기표현 욕구가 맞물린 결과다. 인터넷, 휴대전화, 트위터 등 비(非)대면 접촉을 통한 인간관계가 확산되는 것도 이런 현상의 배경이 되고 있다.

BJ들은 인터넷 방송 전문 사이트에서 주로 활동한다. 가장 규모가 큰 아프리카(www.afreeca.com)의 경우 2007년 11월 개설 이래 3만명이 개인 방송자로 가입했는데, 젊은 여성 BJ들이 단연 인기다.

여성 BJ '김이브'는 방송 접속자 수가 500명으로 제한돼 있는데도 누적 접속자 수가 450여만명에 이른다. 안준수 아프리카 팀장은 "10대 수험생이나 20, 30대 직장인이 주요 시청자인데, 기러기 아빠 등 중년 애청자도 제법 있다"고 말했다.

여성 BJ들은 대개 일상이나 시청자 사연을 화제로 즉흥적으로 방송을 진행한다. 콘텐츠 측면에선 '취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오히려 그런 방식이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맞물려 시청자에게 친한 친구와 대화하는 느낌을 준다고 한다.

'가해'라는 예명을 쓰는 박모(32)씨는 "처음엔 음악 방송을 하려 했는데 시청자 요구로 자연스레 신변 얘기나 고민을 나누게 됐다"며 "하루 스트레스를 풀고 연인이나 가족에게서처럼 위로받길 원하는 심정으로 찾는 이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민경배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목적의식보다는 자연스레 일상을 공유하는 것을 중시하는 문화 흐름이 여성 BJ들의 흥행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업체들은 BJ의 수익을 올려주는 전략으로 인기 BJ들을 끌어들이기도 한다. 예컨대 시청자가 유료 아이템을 구매해 BJ에게 선물하고 BJ가 이를 현금화할 수 있게 하는 것.

'BJ 한나' 최씨는 "학원 월급이 200만원인데, 별풍선(아이템 이름) 선물로 얻는 수익이 이보다 더 많을 때도 있다"고 귀뜸했다. '김이브' '융댕' 등 유명 전업 BJ들은 억대의 연소득을 올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다 보니 일부 BJ는 선정성으로 시청을 유도하기도 한다.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선정적인 춤을 추거나, 가슴 등 은밀한 부위가 드러나도록 카메라 각도를 맞추는 식이다. 안준수 팀장은 "문제를 일으킨 BJ에게 별풍선 환전을 금지하고, 시청자 아이디를 정지시키는 등 자율적 제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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