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법 민사1단독 이동욱 판사는 대한한공이 지난 1월 두 차례 항공기에 폭발물을 설치했다고 장난전화를 한 차모(14)군과 부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차군과 부모는 대한항공에 1,50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8일 밝혔다.
차군은 올 1월 대한한공에 전화를 걸어 인터넷에서 구한 음성변조 프로그램을 이용해 성인 목소리로 꾸민 뒤 "KE1635편에 폭발물을 설치했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놀란 항공사 측은 항공기가 진주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경찰과 폭발물처리반을 동원해 정밀 수색하는 소동을 벌였다.
이튿날도 항공사측은 차군의 장난전화 때문에 싱가포르행 항공기에 탑승해 있던 승객들을 모두 내리게 한 뒤 정밀 보안검색을 실시하느라 해당 항공기의 출발이 1시간 33분 지연됐다. 이에 항공사측은 피해를 보상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이런 전화가 접수되는 경우 실제 폭발물 설치 여부와 관계없이 대외적으로 해당 항공사의 안전성에 대한 나쁜 평판이 퍼지게 되고 이는 승객 감소로 이어져 향후 큰 손실을 안겨줄 위험성이 매우 크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미성년자인 차군을 감독할 의무가 있는 부모가 항공사의 손해에 대해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비슷한 장난전화를 한 이모(15), 고모(17)군에 대해서도 소송을 냈지만 이들은 지난 7월 조정을 통해 각각 700만원을 배상키로 했다. 재판부는 차군 측에도 조정을 권고 했지만 차군 부모가 응하지 않았다.
강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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