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해외진출 전략을 설명할 때마다 얘기하는 경험담이 '락 카페' 추방 사건이다.
락 카페가 인기 절정이던 1990년대 말 구경 삼아 갔는데 입구에서 '물 흐린다'는 이유로 거절 당했다는 것.
그는 자서전 <돈은 아름다운 꽃이다> 에서 '한국도 미국처럼 20대와 60대가 함께 즐기는 다양성을 수용해야 한다'며 '글로벌 기업을 지향하는 미래에셋은 해외에서 공부하고 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인력을 50%까지 끌어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돈은>
#. 연말이면 각 증권사가 이듬해 달력을 만드는데, 해외 증시에 관심 있는 투자자 사이에서는 단연 대신증권 달력이 인기다.
이 증권사가 2008년부터 한국과 관계가 깊은 주요 5, 6개국 증시의 휴장일이 모두 표시된 달력을 만들고 있기 때문.
대신증권 관계자는 "고객 의견을 수렴, 올해 연말에도 미국 일본 중국 영국 홍콩의 휴일이 표시된 2010년 달력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외 진출에 본격 나선 금융투자(증권ㆍ자산운용) 기업들이 본사 조직과 문화는 물론이고, 해외 법인 경영방식에서도 대변신을 꾀하고 있다.
국내 본사의 경우 대신증권처럼 다국적 달력을 만들어 대외지향적 분위기를 고취시키는가 하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해외부문 인력의 비중을 매년 높여 전체 400명 직원 중 해외 부문이 60%를 차지한다.
해외거점 운영도 인력 채용부터 급여ㆍ승진까지 철저한 현지화로 방향을 틀고 있다. 과거에는 현지법인 대표와 이사 등 핵심 요직은 한국인이 독식하고, 현지인은 권한 없는 하급직에만 배치하는 게 관행이었으나, 올해 들어선 임원급 핵심 인력의 상당수를 현지 전문가로 채용하고 있다.
삼성증권의 경우 올해 8월 홍콩 법인의 투자은행(IB) 사업부문을 강화하면서 리서치센터장과 주식운용 책임자 등 핵심인력을 현지에서 채용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콜린 드래드베리 이사와 윌리 홍 이사가 리서치센터장과 주식운용 책임자로 영입됐는데, 이들은 도이치뱅크와 모건스탠리에서 잔뼈가 굵은 현지인이다. 이 증권사는 또 애매한 표현을 배제하고 예상수익률을 확실히 기재하는 등 리서치자료의 내용과 포맷도 현지 요구에 맞게 뜯어 고쳤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더욱 파격적이다. 펀드 규모가 10조원이 넘는 홍콩 법인의 투자전략을 윌프레드 시트 최고투자책임자(CIO)가 총괄하고, 인도 현지법인에서는 CIO는 물론이고 경영 전반을 총괄하는 최고경영자(CEOㆍ아린담 고쉬 대표)도 외국인이 임명됐다. 현지 직원 채용도 한국 본사와는 상의 없이 현지인 직원들이 자율 결정한다.
한국 직원 현지파견 전략도 독특하다. 10월 말 현재 파견 인력이 22명에 달하지만, 다른 회사와 달리 사택이나 자녀 교육비 지원 등이 전혀 없다. 해외 근무 발령이 나면 현지법인 소속이 되고, 연봉도 현지법인 직원과 형평에 맞춰 결정된다.
하우성 경영관리부문 대표는 "한국인 직원은 다소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다양성과 구성원의 융화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투자철학이나 금융시스템 등 핵심분야에서는 거꾸로 현지인의 한국화 작업도 필수적인데, 동남아 국가의 한국 증권거래 시스템 도입이 대표적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베트남과 말레이시아(채권매매 시스템)에 이어 최근 캄보디아와 라오스(2010년 개장 예정)도 '코리안 스탠다드'를 채택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베트남 증시에서 대우, 한국, 미래에셋, SK증권 등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도 현지인이 한국 시스템에 완전히 적응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 하 대표는 "진출 초기 인도 법인 현지 매니저들이 주가 하락기에 무조건 현금화하는 경향을 보여 문제가 됐으나, 미래에셋의 장기투자 철학이 정착되면서 수익률이 크게 올랐다"고 소개했다.
그는 "주식 매매가 이뤄지는 주중에는 술을 마시지 못하고, 경쟁 업체보다 열심히 일하는 미래에셋의 핵심가치는 국적 구분 없이 모든 직원들이 공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