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웰빙 출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편안한 출산을 바라는 산모가 늘면서 무통 분만율이 최근 5년 새 14배 이상 급증했다. 무통 분만(경막외 마취 분만)은 자궁 경부가 어느 정도 열렸을 때 경막외강에 국소마취제와 유사마약제 혼합액을 주입해 태아를 밀어내는 힘은 없애지 않고 통증만 제거해 주는 분만법이다.
관동의대 제일병원은 2003~2008년 5년 간 무통 분만을 통해 자연 분만한 산모 추이를 분석한 결과, 2003년 전체 3.8%(4,079명 중 157명)에 불과했던 무통 분만율이 2008년 54.2%(4,566명 중 2,478명)로 급증했다고 18일 밝혔다. 특히 초산부의 경우 2008년 68.9%(2,832명 중 1,953명)가 무통 분만을 했다.
양재혁 제일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무통 분만은 산모와 태아에 심각한 부작용이 거의 없는 효과적이고 안전한 분만법"이라며 "고통을 굳이 감수하지 않고 편안하게 출산하기 위해 무통 분만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제일병원이 최근 무통 분만의 예후를 연구한 결과, 무통 분만군과 비교군에서 차이는 거의 없었다"며 "심장병, 고혈압, 당뇨병, 갑상선 질환이 있는 임신부의 경우 무통 분만을 하는 것이 스트레스를 줄여 더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무통 분만이 제왕절개로 연결될 수밖에 없고, 요통 부작용을 일으킨다는 주장에 대해 "제왕절개까지 가는 비율은 그리 높지 않으며, 허리 통증도 무통 분만과 상관없이 생길 수 있다"고 양 교수는 덧붙였다.
그러나 경막외 마취의 경우 경막외강으로 접근하기 쉽지 않고, 경막 천자(침을 찔러 액체를 뽑아내는 것)를 할 경우 두통, 운동 마비 등이 생길 수 있어 반드시 숙련된 마취통증의학과 의사에게 시술받아야 한다. 윤희조 제일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경막외 마취는 출혈, 심한 저혈량, 뇌압 증가, 심장병 등이 있으면 시행할 수 없다"며 "반드시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와 상의ㆍ진찰한 뒤 시행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대익 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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