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처리 공방을 벌이고 있는 여야가 각각 유리한 헌법 조항을 내세워 서로 비난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논거는 헌법 54조 2항이다. '국회는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예산안을 의결하여야 한다'는 내용이 2항에 들어 있다. 이를 근거로 연일 법정 예산처리 시한(12월2일)을 준수하라면서 민주당을 압박하고 있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선제적 예산 집행이 필요한데 야당이 전체 예산의 1% 가량인 4대 강을 볼모로 삼아 헌법을 어기고 있다는 논리다.
올해도 법정 시한을 넘기면 국회가 7년 연속 헌법을 위반하게 된다는 점도 부각시키고 있다. 1990년 이후 법정 시한을 지킨 것은 다섯 차례에 불과하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17일 "예산안이 마무리되지 못하면 당장 내년 1월에 저소득층 지원에 차질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민주당도 54조 2항을 거론하지만 무게 중심은 정반대에 두고 있다. 2항 전반부의 '정부는 회계연도 개시 90일전까지 국회에 제출하고'라는 부분이 그것이다. 이를 근거로 10월에 제출된 예산안에 '4대강 살리기' 표현이 없는 것을 문제 삼는다. 우제창 원내대변인은 "헌법 54조를 위반한 2010년도 예산안은 위장 예산서"라고 비난했다.
'국회는 국가의 예산안을 심의ㆍ확정한다'는 헌법 54조 1항도 민주당의 무기다. 예산확정 전에 4대강 사업을 착공한 것이 국회 예산심의권을 부정한 일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학계는 여야를 싸잡아 비판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대 교수는 "예산 처리 시한은 원칙 규정이지만 이를 어길 경우의 제재 규정은 없으므로 실질적 예산 심의가 중요하다"면서 한나라당을 겨냥했다. 장 교수는 민주당에 대해서도 "예산 심의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과잉반응"이라며 "4대강 착공이 헌법 54조1항 위반인지도 쉽게 판단할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장재용 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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