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의 나라 우즈베키스탄. 낯설고 멀게만 느껴지는 이 나라를 1,300여 년 전 우리의 조상들이 방문했다. 과거 실크로드의 핵심지로 번영했던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의 옛 도성지 아프라시압에서 1965년 발견된 7세기 중엽의 벽화에는, 새 깃털을 꽂은 모자인 조우관(鳥羽冠)을 쓰고 허리에 긴 칼을 찬 고대 한국인 사신 2명의 모습이 남아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아시아관에서 17일 개막한 '동서문명의 교차로_우즈베키스탄의 고대문화'전에서 이 벽화의 모사도가 처음 공개되고 있다.
사마르칸트 고고학연구소에서 빌려온 9점의 모사도는 발굴 당시의 가장 생생한 상태를 기록한 그림이다. 고대 한국인의 모습을 포함한 아프라시압 벽화의 많은 부분은 채색이 떨어져 나가거나 윤곽이 흐려진 상태이기 때문에, 이 모사도는 벽화 원래 모습의 복원과 연구에 핵심적인 자료다. 모사도 속 한국인의 모습 역시 흐릿하긴 해도 고대 한반도의 보편적 양식이었던 조우관은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그간 이들의 국적을 놓고 고구려, 신라, 발해 등 여러 설이 있었지만 현재 학계는 당시의 국제 정세를 고려해 고구려 쪽으로 의견을 좁힌 상태다. 연개소문 집권 이후 고구려가 당을 견제하기 위해 파견한 외교 밀사라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전시장 입구에서 고대 한국인이 그려진 벽화 모사도를 통해 우리 역사와 우즈베키스탄과의 연결고리를 접한 뒤에는, 본격적인 우즈베키스탄의 고대 문화를 만난다. 우즈베키스탄 국립역사박물관, 예술학연구소, 사마르칸트 역사건축예술박물관 등의 소장품 150여 점을 통해 선사 시대부터 8세기까지 우즈베키스탄의 고대 문화를 소개하는 이번 전시는 '우즈베키스탄의 선사 문화' '동서 문명의 융합' '소그드와 도시 문화'등으로 구성됐다.
청동기 시대의 대표적 유적인 사팔리테파에서 발견된 장신구, 청동 거울 등은 기원전 2000년에 이미 높은 수준에 올랐던 이 지역 청동기 문화를 보여준다. 당시 한반도는 석기 시대에 머물러있었다. 우즈베키스탄 남부 테르메즈 지역의 불교 유적에서 발견된 쿠샨 왕자상(1~2세기)과 대형 보살상(2~3세기)은 알렉산더 대왕의 동방 원정 이후 고대 지중해 문명의 유입으로 형성된, 국제적이면서 독자적인 이 지역 문화의 증거물이다. 보살상의 경우 같은 시기 간다라 불상과 기본적인 양식은 같지만 풍성한 두발과 가슴 장식 등 화려한 장식성이 돋보인다.
쿠샨 왕조가 멸망한 4세기부터 8세기 아랍 침략까지의 시기, 우즈베키스탄 지역의 여러 소왕국들은 실크로드를 통한 국제교역으로 부를 축적했다. 특히 실크로드의 국제 상인으로 유명했던 소그드인이 조성한 도시 문화의 흔적이 잘 남아있는데, 고구려인으로 추정되는 고대 한국인 사절단의 모습이 벽화로 기록된 것도 바로 이때다.
민병훈 국립중앙박물관 아시아부장은 "이번 전시 유물들은 우즈베키스탄 고대 문화의 정수일 뿐 아니라 불교의 이동을 포함, 실크로드를 통한 고대 한국 문화와의 상관성을 이해하는 데도 큰 중요성을 지닌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9월 26일까지 열린다.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