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게임개발업체인 미국 일렉트로닉아츠(EA)사가 결함이 있는 게임을 국내에 그대로 판매해 물의를 빚고 있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문제가 된 게임은 EA코리아가 지난달 초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가정용 게임기 '엑스박스360'용으로 내놓은 한글판'피파10'이다. 이 게임은 국제축구연맹(FIFA)과 제휴를 맺고 웨인 루니, 박지성, 메시 등 유명 축구선수들의 실명과 외모를 그대로 사용해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이 게임은 프로 축구팀을 운영하며 시합을 벌이는 '감독 모드' 진행 중 선수가 부상을 당한 채 경기가 끝나면 게임기가 작동 불능 상태에 빠지는 심각한 결함이 발견됐다. 어떠한 버튼 조작도 할 수 없어서 재부팅을 위해서는 게임기 전원을 껐다가 다시 켜야 한다. 당연히 그동안 진행하던 게임 내용도 저장이 되지 않고 사라지게 된다.
문제는 이 같은 결함이 한글판 게임에서만 나타난다는 것. 미국 등 해외에서 판매하는 영문판 '피파10'에서는 이 같은 결함이 발견되지 않았다. EA코리아측은 게임을 한글로 다시 제작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실수로 보고 있다. EA코리아 관계자는 "한글판을 만들면서 발생한 결함으로 보인다"며 "EA 본사에서 결함을 수정한 패치 프로그램을 내년 2월쯤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회사측의 약속이 제대로 지켜질 지 의문이다. EA 본사가 적자를 만회하기 위해 구조조정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EA는 3분기에 3억9,100만 달러의 적자를 내고 9,000명 직원 가운데 한국을 포함해 1,500명의 직원을 해고하기로 결정, 당사자들에게 이 사실을 통보한 상태다.
따라서 한글판 피파10 문제해결에도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EA코리아 관계자는 "문제 해결 작업이 구조조정으로 차질을 빚을 수 있다"며 "하지만 최대한 빠른 시일내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은 EA의 태도를 쉽게 수긍하기 힘들다며 환불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EA코리아는 공식적인 환불은 없다는 입장이어서 소비자들을 두 번 화나게 하고 있다.
EA코리아 관계자는 "개봉한 게임은 환불을 해주지 않는 것이 방침"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강하게 항의하는 소비자에 한해서 환불을 해주고 있다"며 "수십 명 정도 환불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무원칙한 고객 관리 실태를 여실히 드러냈다.
이에 따라 루리웹 등 인터넷 게임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 소비자보호원 신고와 항의 서명 등 단체 행동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한편 EA코리아가 피파10과 함께 내놓은 농구게임 '라이브10'에서도 게임 도중 화면 정지로 게임을 진행할 수 없는 결함 등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EA코리아 관계자는 "라이브10 결함은 아직 공식 접수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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