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2020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배출전망치(BAU) 대비 30%, 2005년 대비 4% 감축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8월 초 제시했던 3가지 방안 중 가장 강력하고, '기후변화 정부채널(IPCC)'이 개발도상국에 권고한 감축범위(BAU 대비 15~30%)에서도 최고 수준이다. 산업계는 정부 방침이 과격하다며 불만을 표시하지만, '선진국형 발상의 전환'이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표현처럼 어차피 맞을 매라면 선제적 대응이 더 유용하다고 판단된다.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온실가스 감축에 따른 단기적 부담도 있지만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한 패러다임 전환과 더 큰 국가이익을 고려해 목표를 결정했다"며 논의를 주도했음을 시사했다. 내년 G20 정상회의 의장국이자 APEC-G20의 가교 역을 자임한 입장에서, 12월 중순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위상과 발언권을 높이겠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정부가 '역사적'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녹색한국의 생일'이라고까지 자찬하는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정해짐에 따라, 2010년부터 경제부문 별로 세부목표를 정하고 관리하는 온실가스 및 에너지 목표관리제가 도입된다. 정부는 산업계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단 건물과 교통 등 비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감축노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부문별 감축목표를 정하는 과정에서도 업종별 국제경쟁 상황을 분석해 감축량을 배분하고 맞춤형 지원대책도 마련키로 했다. 이런 로드맵이라면 무턱대고 반발할 이유가 없다. 되레 '잣대의 고무줄화'가 더 우려된다.
하지만 코펜하겐 회의에서의 최종 합의가 사실상 물 건너간 상황에서 우리가 서둘러 목표치를 내놓아 국제사회의 치열한 수읽기 싸움에서 허점을 드러냈다는 지적은 잘 새길 필요가 있다."목표를 낮추면 인식을 바꾸기 어렵다"는 이 대통령의 말도 옳지만, 대외 협상용과 내부 준칙용을 좀더 세밀하게 설계ㆍ관리해야 한다. 우리 경제에서 에너지 다소비 업종이 전체 고용의 47%. 수출의 72%나 된다는 점과 경쟁국의 동향을 잘 살펴 정교한 액션 플랜을 짜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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