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총리와 재계 총수들의 17일 회동은 '세종시 세일즈' 성격이 강했다. 정 총리는 총수들과의 공식적인 첫 만남을 세종시 세일즈에 활용했다.
회동 참석 재계 총수들의 면면이 만만치 않아 정 총리의 기대감은 높았다. 특히 계열사 유치설이 나오고 있는 5대 그룹 중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회장과 최태원 SK 회장의 참석이 눈에 띄었다. 다른 재계 총수들 역시 세종시 유치 대상 기업의 최종 결재권자였다.
정 총리는 이날 맘 먹은 듯 총수들에게 투자 유치를 간곡히 요청했다. 세종시를 행정중심에서 기업중심도시로 전환하는 것을 골자로 한 수정안에서 기업 유치가 빠진다면 수정안 자체가 성립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 총리는 "세종시는 자족 기능 보완해서 명품 도시로 만들겠다"며 대강의 수정안 구상을 밝혔다.
이어 정 총리는 세종시 수정 추진 이유와 수정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세종시가 과학, 기술, 교육에 도움이 된다면 국가 경쟁력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세종시가 기업중심 도시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특히 정 총리는 이전 기업에 확실한 지원을 해줄 것이라는 약속도 잊지 않았다. 정 총리는 총수들에게 "현재 세종시 민관합동위원회에서 기업들에 제공할 혜택과 인센티브에 대해 연구 중"이라며 "지원안이 마련되면 투자 검토를 부탁한다"고 말했다고 만찬 참석자는 전했다.
이에 대해 대기업 총수들은"세종시가 제대로 되게 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총리실 김왕기 공보실장이 전했다. 또 "세종시에 지나치게 많은 지원이 집중돼 다른 곳에서 불만이 생기지 않도록 해달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특히 만찬 후 기자들과 만난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은 "아직 정부와 대화를 나눠보지 않았고, 연구개발(R&D)센터를 포함해 계열사의 세종시 이전을 검토해 본 적 없다"면서도 "(이전을) 긍정적으로 검토해 볼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박용현 두산그룹 회장도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나 아직은 구체적으로 검토해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총리실은 재계의 반응이 "괜찮다"고 판단하는 눈치이다. 실제로 전경련측은 만찬이 끝난 뒤 브리핑을 통해 "기업 총수들은 정 총리의 세종시 발언에 대해 공감을 표시했다"고 밝혔다. 이는 기업 이전 등에 대해 검토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라 할 수 있다. 김왕기 총리실 공보실장이 "정 총리의 세종시 모두 발언 이후 총수들과의 깊은 대화는 오가지 않았다"고 선을 그은 것도 원론적인 공감대를 뒷받침하는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는 다양한 인센티브 등을 제공, 기업들의 자발적 투자를 끌어들인다는 구상을 가다듬고 있다. 물론 재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기업이전에 대한 구체적인 인센티브도 확정하지 않은 채 기업들에게 기업이전을 요청하는 것은 무리라는 목소리도 있다.
이날 회동에 삼성, LG, 한화 롯데그룹 등의 총수나 최고경영자는 참석하지 않았다.
유인호기자
박상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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