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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외고는 과학고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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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외고는 과학고가 아니다

입력
2009.11.17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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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고와 과학고는 한해 차이로 태어났다. 1980년대 초 영재교육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였다. 당시에는 과학고만이 초중등교육법상 특수목적고로 분류됐고, '각종학교'로 인가를 받았던 외고는 92년에야 특목고에 포함됐지만 태생배경은 같았다. 외고는 어학영재 양성, 과학고는 과학인재 양성이 설립목적임은 두말할 여지가 없었다.

일란성 쌍생아나 마찬가지인 양대 특목고는 그 유사성 만큼이나 비슷한 성장과정을 겪어왔다. 학교 수와 학생수 같은 외형적인 것에서부터 인재의 사회진출, 명문고로서 높은 선호도, 심지어 사교육 의존도 심화 같은 부정적 측면까지도 닮은 꼴이다.

하지만 설립 30년을 목전에 둔 지금 외부의 시각과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외국어고는 존립의 위기에까지 내몰려있는 반면, 과학고는 미래를 위해 더욱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며 성원을 아끼지 않는다. 성년의 모습이 왜 이리 달라진 걸까. .

두 말할 것도 없이 외고가 지탄받는 가장 큰 이유는 입시 위주의 학교로 변질된 때문이다. 어학영재 양성이라는 설립목적은 온데간데 없고 명문대를 가기 위한 수단으로 탈선했다. 단적인 예가 대학 입학시 고교 전공과 동일한 계열로 진학했는지 여부다. 최근 3년간 외고 졸업생 중 어문계열로 대학을 진학한 학생은 27.4%에 불과했다. 과학고는 94.9%가 동일 계열로 대학을 진학했다. 다시 말하면 외고 학생들은 어문계열 보다 법대와 경영대, 여기에 한술 더 떠 의대 등으로 진학했다는 것으로, 거개가 이공계로 진학한 과학고와는 판이한 양상이다. 사교육비 유발이라는 측면에서만 보면 과학고도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외고를 보는 시선이 상대적으로 곱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한 시민단체가 강남과 목동, 분당 등 사교육비 비중이 높은 지역의 초등학생과 중학생 가운데 외고 지망생들을 상대로 물었더니 44%가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라고 답한 반면 외국어 공부를 하고 싶어서라는 학생은 19.2%에 불과했다는 조사결과도 외고의 일그러진 모습을 보여준다.

외고가 이미 비평준화 시절의 입시명문고를 훨씬 능가하는 공룡처럼 비대해졌음을 보여주는 사례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올해 서울ㆍ경기 지역 외고의 SKY대(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진학률이 41.1%에 달한다는 통계나, 올해 초 판사로 임용된 138명 가운데 33명이 외고 출신이라는 수치 등이 그렇다. 한국 사회 지도층이 특정 고교 출신에게 집중되는 현상은 국가적으로 매우 바람직하지 못할 뿐 아니라 이대로 뒀다가는 편중 현상이 갈수록 심화할 것이 뻔하다.

어학영재 양성을 설립 목적으로 한 외고가 존속돼야 하는지도 냉철히 따져봐야 한다. ''어학'과 '영재'라는 개념이 어울리느냐는 그렇다 치더라도 요즘처럼 초등학생부터 영어에 매달리고 해외연수와 토익, 토플 시험 준비가 일반화한 상황에서 더 이상 영어에 올인할 교육기관이 필요하냐는 것이다.

우수학생을 독식하는 선발방식 변경, 대입준비에 치중된 교육과정 개편, 계열 교차지원 금지나 동일계열 지원으로의 제한 등의 개선안이 제기되기도 하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그대로 놔두고 곁가지를 손보는 것은 근원적인 처방이 아니다. 일부에서는 수월성 교육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으나 국제고나 자립형사립고, 자율형사립고, 특성화고 등 구분조차 되지 않는 수 많은 다양한 학교형태를 통해서도 충분히 가능하다. 외고문제는 전반적인 고교체제 개편의 큰 틀에서 논의되는 게 옳다.

이충재 부국장 c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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