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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행복의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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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행복의 열쇠

입력
2009.11.17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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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 아내를 대신해 슈퍼에 들렀다가 식료품 등을 가득 담은 플라스틱 백을 두 손에 들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문이 막 닫히려는 순간 젊은 여자의 '잠깐만요'소리에 가까스로 문을 열었다. 그녀는 계속 전화를 하면서 3층 단추를 눌렀다. 고맙다는 말은커녕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3층이면 걸어가도 될 것 같은데. 감사하다거나 미안하다는 말이라도 하면 좋을 텐데.' 얄밉게 느꼈지만 꾹 참았다. 내릴 때까지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평소 예의 바르고 친절한 사람이지만 매우 심각한 문제로 전화를 하고 있어 주변 사람을 배려할 여유가 없었을지 모른다. 삐뚤어지게 본 순간부터 불행해지는 것은 그녀가 아니라 바로 나였다.

지하철 역으로 가기 위해 거리에 늘어선 택시 중 제일 앞 차를 탔다. 손님이 없어 한참을 기다린 듯했다. 행선지를 들은 기사의 얼굴에서 실망을 감추지 못한 표정이 읽혔다. '손님에게 인사라도 하면 얼마나 좋을까?' 택시비를 받고도 기사의 짜증스러운 표정은 여전했다. 감사하다는 말은 오히려 내가 했다. 택시비를 내고도 기사의 짜증까지 받아야 한다는 사실에 불쾌함은 더해졌다. 그러나 생각해보니 기사의 입장이 이해 가지 않는 것도 아니다. 오랫동안 기다렸다 손님을 태워 겨우 기본요금밖에 벌지 못했으니 실망했을 것이다. 생각을 바꾸니 오히려 미안함이 들었다.

고급 외제차 운전자가 골목길에서 갑자기 튀어나와 차량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바람에 같은 차선에 있던 운전자들이 일제히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이런 급박한 상황에서는 양보(?)하지 않을 수 없다. 맨 왼쪽 3차선에서 1차선으로 한꺼번에 가로지르는가 싶더니 쏜살같이 중앙선을 넘어 유턴을 한 뒤 반대편으로 달려갔다. 운전자들은 황당한 듯 그 차를 째려봤다. 무뢰한 운전자는 사고가 나지 않은 것이 사람들의 배려(?)때문이라는 것을 모른 채 자신이 운전을 잘해서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차 안에는 산통이 시작된 임산부나 위급한 환자가 타고 있었을지 모른다고 나 자신을 위로했다.

1분마다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온다. <바닐라 스카이> 라는 영화에 나오는 대사이다. 짧은 시간의 소중함을 깨우쳐 주는 말이다. 일상 생활에서 생각을 바꾸는 선택은 1분이 아니라 10초밖에 걸리지 않는 경우도 많다. 매 순간 작은 사고의 전환이 불행과 행복을 결정하기 때문에 아름다운 선택이다. 우리는 쉽게 남을 탓하고 스스로를 변명한다.

그러나 아무리 상식을 벗어난 행동을 하는 사람도 나름대로 피치 못할 사정이 있을 것이다. 병원에서 근무하다 보면 아는 사람을 통해 먼저 진료해 달라는 부탁을 흔히 받는다. 질서가 있고 양식이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배려와 양보를 해주어야 하는 위급한 상황이 있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생명을 다툴 정도의 치료를 지연시켜서는 안 될 것이다.

맹자는 '자기 부모를 섬기는 그 마음씨를 남의 부모에게도 확대해서 섬기라'고 했다. 서너 명만 건너면 다 아는 사이라고 하지 않는가. 설사 우리가 생각했던 대로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서로를 위해서 할 수 있는 긍정적인 사고와 배려는 비참해질 수도 있는 소중한 오늘 하루를 오히려 즐겁고 의미 있게 만들 수 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혹은 택시를 탈 때나 운전할 때와 같은 일상생활에서의 배려는 행복을 가져다 주는 열쇠이다.

윤영호 국립암센터 책임연구원· 가정의학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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