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경북 영천 국민보도연맹 사건'에서 무고한 민간인들이 경찰과 군에 의해 집단 학살된 사실이 확인됐다.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16일 "이 사건에서 보도연맹원과 전선 접경지역 주민 등 600여명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되고 이 중 239명은 구체적 신원을 확인했다"며 국가에 공식사과와 위령ㆍ추모사업 및 유가족 생활지원, 군인ㆍ경찰 평화인권교육 실시 등을 권고했다.
경북 영천은 한국전쟁 때 국군과 인민군 사이에 가장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던 지역 중 하나로, 진실화해위는 당시 민간인 집단학살이 잇따랐다는 유족 증언 등을 토대로 2006년부터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1950년 7∼9월 군ㆍ경은 영천에서 단지 '인민군에 동조할지 모른다'는 이유로 보도연맹원과 격전지역 주민 등을 수 차례에 걸쳐 학살한 것으로 드러났다.
진실화해위는 "학살은 경찰과 우익단체, 군의 긴밀한 협조 아래 이뤄졌으며 희생자 중에는 보도연맹에 가입하지 않은 민간인과 이미 자수한 보도연맹원이 상당수 포함됐다"며 "가족과 친구, 마을 단위로 살해된 경우도 있었다"고 밝혔다.
일례로 50년 9월 초순 정씨 성(姓)의 군인이 탈영하자, 국군이 정씨와 가족 6명을 잡아 살해하고 같은 마을의 주민 가운데 정씨 수십 명을 단지 성이 같다는 이유로 집단 학살한 것으로 조사됐다.
진실화해위는 "희생자들의 유족은 사건발생 후 60년 가까이 정신적 고통뿐 아니라 가족해체, 취업제한 등을 당해왔다"며 "현지 군ㆍ경 뿐 아니라 당시 계엄사령부와 국가에도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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