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원안 수정, 4대강 살리기 사업 등 사안마다 엇갈렸던 여야 대표 사이로 오랜 만에 화음(和音)이 감돌았다.
일본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16일 일본 민주당의 집권 비결이었던 '생활정치'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민생 속으로 나가겠다고 선언하자,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가 이례적으로 긍정 평가하며 맞장구를 친 것이다.
정세균 대표는 10 · 28 재보선 승리의 자신감을 발판으로 삼아 '생활정치'의 기치를 들었다. 10%대의 지지부진했던 당 지지율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직후의 20%대로 회복하고 정권견제론이 재보선에서 잇따라 확인되자, 수권 또는 대안야당으로서 공간을 보다 넓혀야 할 필요성을 느낀 것이다.
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여야 대치 프레임에서 벗어나 중간지대 유권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새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었다"고 말했다. 정 대표가 이날 오후 '생활정치, 현장 속으로'를 슬로건으로 민생버스 출범식을 갖고 매주 2,3번씩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하기로 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이런 변화에 가장 먼저 호응한 쪽은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였다. 그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세균 대표가 찾아가는 정치, 생활정치를 표방한 것은 의미있는 일"이라고 추켜세웠다. 그는 "정 대표의 생활정치 선언이 거대 담론이나 경직되고 대립적인 여야 관계라는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는 하나의 단초가 됐으면 한다"고도 했다. 바로 여기가 여야간 화음을 만들어낸 지점이다. 집권여당 입장에선 야당과의 대립으로 국정 동력을 낭비하기보다 야당을 끌어안고 갈 필요성이 있는데, 정세균 대표의 '생활정치'를 이런 변화의 시발점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오랜만에 조성된 여야 대표간 데탕트 분위기는 일회용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정세균 대표의 '생활정치' 강조가 대여전선의 완화, 반대야당 역할의 축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려있기 때문이다. 이날 예정됐던 국토해양위의 예산안 상정이 민주당의 반대로 무산된 것을 봐도 그렇다. 이날 한나라당에서 "생활정치 선언 이후에 민주당의 국회 행보는 실망스럽기 그지 없다"(조윤선 대변인)는 논평이 나오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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