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임직원들은 올해 특별한 통장이 생겼다.
소년소녀가장, 실직가장 등 어려운 서민가정의 생활에 보탬을 주기 위해 매달 월급에서 조금씩 떼서 십시일반으로 모으는 기부통장을 만들었다. 한수원 직원들의 반납 임금으로 만든 통장은 생계가 곤란한 가정에는 '희망통장'이 되고 있다.
한수원이 올 들어 '서민경제 살리기'에 발 벗고 나섰다. 정부가 경기 침체 극복을 위해 추진하는 서민대책에 적극 동참하는 한편, 경제적 약자인 서민 및 중소기업과의 고통을 나누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하는 취지에서다.
한수원은 지난 7월 러브펀드를 통한 복지시설 지원 및 농어촌 무료건강검진 등과 같이 기존에 전개해온 사회공헌 활동을 확대하는 것뿐 아니라 서민생활 안정,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 영세 중소기업 지원 등에 모두 300여억원을 투입하는 내용의 '서민생활 지원 방안'을 내놓고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서민들의 생활이 안정을 찾도록 지원하는 데는 임직원들도 적극 동참하고 있다. 한수원 임직원들은 서민가정 생계를 돕기 위해 자발적으로 올해 말까지 임금을 1~10%씩 반납해 5억여원을 기부하기로 했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를 통해 결연을 맺은 서민가정 약 325세대에 연말까지 6개월간 매달 40만원씩의 생활비가 지원되고 있다.
사측도 경영선진화 충당금 50억여원을 서민가정 지원에 활용하는 등 특히 혐오시설로 여겨지는원전 등 발전소가 위치한 지역 주민들의 생활 안정 및 발전을 위한 지원을 확대키로 했다.
우선 발전소 주변 지역주민들의 주택 전기요금 보조를 확대, 하반기에만 약 5만2,000여 세대에 27억원이 지원된다. 또 농ㆍ수산물 유통센터와 같은 판매시설 건립에 필요한 비용을 대주고, 지역특산품 코너를 운영하는 한편 기장미역 등의 특산품을 구입해 홍보기념품으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지역 농어민의 판로를 트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지역 주민들의 사교육비 절감 방안도 같이 고민하고 있다. 지역 학생들이 원어민 영어강사, 영어마을 연수 등의 전문 영어프로그램 참여 기회를 넓혀 글로벌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23억원을 들여 돕고 있다.
김종신 사장은 "경제위기로 인해 고통을 겪는 서민 및 중소기업에 도움을 주는 게 국가적 과제로 떠올라 이런 방안을 마련케 됐다"며 "지원 방안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계획을 수립해 시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수원은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협력회사와 공동으로 지역 주민을 위한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도 적극 나서고 있다. '원전건설 전문기술훈련원' 입학정원을 예년 수준(80~100명)보다 5배나 많은 590명으로 확대했다.
교육을 이수하면, 원전건설 시공사 및 협력업체에 우선 채용될 수 있다. 한수원과 계약을 근거로 계약금의 80% 한도 내에서 무담보 저리로 신용대출해주는 '전자발주 론'을 종전에는 1차 협력업체에만 제공했으나, 2차 협력업체로까지 확대했다. 중소기업 제품 구입도 작년보다 20% 가량 물량을 늘리기로 해 올해 2,300억원 어치에 달할 전망이다.
한수원은 '윤리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윤리경영 실천 의지도 굳게 다지고 있다. 거래기업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하는 등의 비리가 재발하지 않도록 사내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있다.
한수원은 7월 금융기관에서 시행하고 있는 '준법감시인 제도'를 도입했다. 부패행위 감시 및 청렴도 취약분야 모니터링, 사내 준법감시, 직원들의 윤리적 딜레마 상담 등을 담당하는 준법감시인은 윤리경영을 위한 시스템의 변화를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볼 수 있다.
앞서 4월에는 전체 직원들이 '윤리경영실천 서약'에 서명했다. 김 사장도 서약식에서 "윤리경영은 전 임직원의 체질화한 윤리의식과 적극적인 참여가 선행돼야 한다"며 "한수원이 세계 최고의 윤리기업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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