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정보통신전시회로 꼽히는 모바일 월드콩그레스(MWC) 행사가 열린 2008년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이색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푸른 피가 흐른다'는 삼성전자의 옥외광고와 현수막이 기존의 짙은 파랑색 유니폼을 벗고 바르셀로나 현지 건축물과 어우러진 보라색으로 물들여져 있었다.
올해 2월 같은 장소에서 열린 'MWC 2009'에서도 '친환경'을 대표한 '라임 그린' 색상으로 채워진 부스와 현수막이 삼성전자를 찾은 방문객을 맞이했다. 파격에 가까운 이 컬러 마케팅은 행사장을 찾은 이들에게 극찬을 받았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현지 특화형 트렌드 마케팅에 힘입어 올해 3분기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사상 처음으로 20%대의 점유율을 차지, 노키아와 더불어 확실한 2강 체제 구축에 성공했다.
그 중심에 서있는 이영희(45)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커뮤니케이션즈(DMC) 부문 무선사업부 전략마케팅팀 상무를 16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만났다.
" 달인이라뇨? 전혀요."손사래부터 쳤다. "달인의 경지는 아무나 오르나요? 좋은 팀원들을 만났고, 그때 그때 운이 좋았을 뿐이죠."
이 상무는 자신에게 붙여진 별명까지도 과분해 했다. 대학 졸업 후,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로레알코리아를 포함해 SC존슨과 유니레버 등 주로 외국계 회사 마케팅 부서에서 일해 온 그는 이 분야에서 알아주는 스타 마케터로 통한다.
1990년대 말 약국에서 파는 화장품 브랜드인 '비쉬'는 그가 만든 대표 히트 상품으로, 홍콩과 중국, 이탈리아 등 해외에서도 대박을 터트렸다.
이 상무가 정의하는 마케팅은 뭘까. "감동이죠. 비용을 지불하고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충분히 감동을 요구할 권리와 자격이 있습니다." 그는 실제, 1시간 남짓 진행된 인터뷰 동안 내내 '감동'과 '감격''감성''열망' 등의 단어를 쏟아냈다.
"마케팅은 모두 시작과 끝이 고객 관점이라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고객 가치 제공'에 최우선 순위를 둔 이런 신념은 낯선 휴대폰 업계를 헤쳐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지난해 6월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옴니아I'를 싱가포르에서 첫 선을 보일 때, 그가 직접 제품을 들고 길거리로 나와 '로드쇼'를 벌인 일화나 공상과학(SF)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3차원 홀로그램쇼를 휴대폰 업체로선 드물게 '코비'폰 출시 행사에서 감행한 이색 마케팅도 같은 맥락에서다.
올해 5월 출시된 '옴니아I'은 이달 초 삼성 풀터치폰 가운데선 처음으로 텐밀리언셀러(1,000만대 판매)에 올랐으며 지난 달 나온 '코비'폰은 출시 한 달 만에 200만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기업답게, 열린 사고를 강조하는 삼성전자내 조직 구성원들도 이 상무의 해외 마케팅 전략 수립에 많은 도움을 제공했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이 상무는 고객과의 소통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제품) 성장의 속도만큼 소비자들의 마음을 읽어내는 게 제가 할 일 입니다. 물론, 고객의 눈높이에서 말이죠."
■ 이영희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해외마케팅 상무 프로필
▦ 1987년: 연세대 영문과 졸업
▦ 1989년: 美 노스웨스턴대대학원 광고마케팅학과 졸업
▦ 1990년: 레오버넷코리아 광고담당
▦ 1991∼97년: 유니레버코리아 마케팅 매니저
▦ 1997∼99년: SC존슨코리아 마케팅 디렉터
▦ 1999∼2007년: 로레알코리아 약국병원사업부 총괄이사, 시판사업부 전무
▦ 2007년∼현재: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커뮤니케이션즈(DMC) 부문 무선사업부 전략마케팅팀 상무
허재경 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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