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는 여전히 긴장의 바다이다. 1999년과 2002년에 이어 다시 남북 해군이 충돌했다. 보즈워스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 발표에 앞서 벌어진 무력 충돌은 여러모로 의문을 남겼다. 북한 경비정이 우리 해군의 경고를 무시한 채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한 것이 발단이지만, 북한군이 도발을 저지른 동기가 분명하지 않다. 최근 북한 당국의 유화적 태도에 역행할 특별한 이유를 찾기 힘든 것이다. 더욱이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비밀접촉과 정부 당국자간의 비공식 접촉이 진행되는 상황에 비춰 북한의 의도를 가늠하기 어렵다. 의문은 차츰 풀리겠지만, 서해 교전은 '의도'와 '우발' 사이의 어느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아직까지 양측이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고 신중하게 상황을 관리하고 있는 점이다. 북한의 추가적인 도발 징후가 포착되지 않고 있고, 우리 정부 역시 침착하게 대응하고 있다. 비록 북한이 우리 정부에 사죄를 요구하고 '값비싼 댓가' 운운하지만, 즉각적인 추가 도발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문제는 이번 교전이 어떤 파급력을 미칠지에 있다. 특히 보스워즈 특별대표의 방북 결정으로 북미간 접촉이 시작되는 상황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미 미국은 이번 사건이 보스워즈 특별대표의 방북에 별 영향력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북한에 대해 추가적인 도발을 하지 말고, 양측이 모두 진정할 것을 요구했다. 미국도 사건이 북미 접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이 앞으로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고려해야 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북한이 유화 국면에서 벗어나 다시 경색 국면으로 회귀할지, 아니면 현재의 유화 국면을 지속할지는 앞으로의 남북관계와 관련해서 중차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선은 남북이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는 추가 행동은 서로 자제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이 시점에서 근본적으로 검토해야 봐야 할 것이 있다. 지금까지 3차례의 서해교전이 있었지만,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부족하다. 교전 때마다 '승패의 논리'만을 앞세우는 모습은 문제해결에 도움도 안 된다. 나아가서는 과거의 냉전적 사고방식을 여전히 떨어내지 못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사실 서해의 긴장은 한반도의 불안정한 안보구조에서 비롯된다. 1999년이나 2002년의 서해교전도 따지고 보면 정전협정 체제의 불안정을 반영하는 것이다. 이번 충돌 역시 본질적으로는 서해 북방한계선(NLL)의 구조적 문제점에 원인이 있다.
지금의 상태를 지속하는 것은 앞으로도 남북 충돌의 불씨를 계속 안고 가는 것에 다름 아니다. 힘을 통한 억지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근원적인 문제를 제거하는 것에 있다. 현실적으로 한반도의 평화정착이 지금 당장 이루어지기 힘든 문제라면, 평화가 정착될 때까지 남북이 서해상에서의 충돌을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고 실행하는 것이 대안이 될 것이다. 지금의 NLL을 그대로 두고서도 남북이 이 지역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협력할 수 있는 방도를 찾아야 한다.
이러한 대안들 중에는 2007년 남북 정상이 합의한 '10.4선언'도 포함될 수 있다. 그 어느 것이든 남북의 충돌을 억제하고 협력으로 전환시키는 실현 가능한 방도의 마련이 이번 사건이 던져주는 교훈이라 할 것이다.
정영철 서강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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