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9ㆍ11 테러'모의혐의로 미군 관타나모 기지에 수감 중인 칼리드 셰이크 모하메드 등 테러용의자 5명에 대한 재판이 뉴욕 테러 현장 인근에서 열리게 돼 미국사회가 들끓고 있다. 이에 따라 재판과정이 과열돼 뉴욕을 또 다른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에릭 홀더 미 법무장관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갖고 9ㆍ11 테러 피고인들을 뉴욕으로 이송해 맨해튼 연방법원에서 재판을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8년이 지나서야 이들이 정의의 심판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외신들은 미 검찰이 사형을 구형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뉴욕 연방법원은 3,00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세계무역센터 붕괴 현장에서 1,000야드(900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미 법무부의 이 같은 결정은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를 지시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의지와 관련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9ㆍ11 테러의 상징성과 그 파급력 때문에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AP통신은 "이번 재판이 뉴욕을 더 큰 테러 위험에 놓이게 할 수 있으며, 피고인들이 미국인에 대한 테러를 독려하는 장(場)으로 재판을 이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테러 피해자들의 반대도 많다. 아들을 9ㆍ11테러로 잃은 리 이엘피 씨는 AP통신과 인터뷰에서 "9ㆍ11테러범들에 대한 재판이 뉴욕에서 열린다면 상처를 다시 덧나게 할 것"이라며 "미국 내에서 재판이 열려야 한다면 다른 지역에서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공화당도 이번 결정을 강력히 비난했다. 존 코린 상원의원(공화당ㆍ텍사스주)은 "위험인물들을 미국 땅으로 데려오는 것은 미국민들의 안전을 담보로 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더구나 9ㆍ11테러 피고인들이 미 중앙정보국(CIA)의 183차례에 걸친 물고문으로 범행을 자백한 사실이 드러난 바 있어, 공개재판이 이들 자백의 합법성 논란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있다. 때문에 아직 재판일정이 정해지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미 법무부가 이번 결정을 재고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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